투키디데스의 함정: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하게 될까?
21세기 국제 질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다. 이 개념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설명한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의 전쟁 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전쟁은 아테네의 세력이 부상하면서 스파르타를 두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
즉, 기존 패권국의 불안과 부상하는 신흥 강국의 야망이 충돌하면서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교훈을 넘어, 오늘날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을 분석하는 프레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1.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무엇인가?
하버드대학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은 이 개념을 현대 국제정치 이론으로 체계화하며 "지난 500년 동안 16번의 패권 경쟁 중 12번은 전쟁으로 귀결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패권 교체의 불안정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이론적 구조는 다음과 같다.
- 현 패권국 (Status Quo Power):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며, 도전자를 억제하려 한다.
- 신흥 강국 (Rising Power): 더 큰 영향력과 자율성을 추구하며 기존 질서를 재편하고자 한다.
- 보안 딜레마 (Security Dilemma): 한쪽의 방어적 조치가 타측에겐 위협으로 인식되어 군비 경쟁 및 충돌을 유발한다.
2. 미중 관계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졌는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이 함정의 전형적 구조를 따른다.
- 중국의 부상: 경제력, 기술력, 군사력에서 중국은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명분 아래 국제질서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 미국의 반응: 인도-태평양 전략, 기술봉쇄(반도체·AI), 대만과의 교류 확대 등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다층적 전략을 가동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국이 상호 의도를 오판하거나, 제3국(예: 대만, 남중국해)에서의 작은 충돌이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투키디데스가 말한 ‘불가피성’의 본질이다.
3. 함정은 ‘운명’이 아닌 ‘경고’다
그러나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절대론이 아니다. 오히려 이 함정을 인식함으로써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
역사적으로도 예외는 존재한다.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패권 교체는 전쟁 없이 평화롭게 이루어졌다. 이는 문화적 유사성, 경제 상호의존성, 외교적 유연성 등의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미중 관계도 이와 같은 조율과 전략적 자제를 통해 충돌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양국 모두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정당화하려는 관성에서 벗어나, 장기적 질서 유지를 위한 공통 이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4. 결론: 미중 갈등을 넘어서기 위한 지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우리에게 “전쟁은 운명인가, 선택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미중 패권 경쟁은 단순한 힘의 다툼을 넘어서, 인류 전체의 번영과 안보가 걸린 중대 과제다.
이 함정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 의사소통 채널의 유지 (Hotline, 외교 회담)
- 군사 충돌 방지 메커니즘 구축 (예: 항행 충돌 방지 협약)
- 국제기구를 통한 규칙 설정 (WTO, UN 개혁)
- 기술·기후 등 글로벌 아젠다에서의 협력
패권 경쟁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은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결정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