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6.66%에 묶인 미국: 집은 안 팔리는데 부동산 가격도 안 내리는 미국 주택시장 현황

Project2050 2026. 8. 3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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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프레디맥이 발표한 미국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66%였습니다. 그 전주는 6.65%, 그 전전주는 6.67%. 1년 전 같은 시기가 6.56%였으니, 열두 달을 통째로 돌고도 제자리에 오히려 조금 더 올라와 있는 셈입니다.

 

미국 주택시장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매물은 조금씩 늘고 있는데, 싸지지는 않았다. 거래는 굼뜨고, 건설사는 할인 쿠폰을 뿌리고, 집주인은 팔지 않고 버팁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미국 모기지 금리는 '기준금리'를 안 따라갑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립니다. "연준(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렸다는데 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그대로냐"는 질문이 계속 나오죠.

 

답은 간단합니다. 미국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연준이 정하는 기준금리(하루짜리 초단기 금리)가 아니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를 따라갑니다.

 

왜 하필 10년물일까요. 30년 대출이라고 해서 30년을 다 채우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10년 안팎이면 집을 팔거나 대환대출로 갈아탑니다. 그러니 이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략 10년짜리 돈'을 빌려주는 셈이고, 그 값을 매길 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10년짜리 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을 기준선으로 씁니다. 거기에 "떼일 위험", "언제 갚을지 모르는 불확실성" 값을 얹어 최종 금리가 나옵니다. 이 얹는 폭을 스프레드라 부르는데, 최근에는 2%포인트 안팎에서 움직였습니다.

숫자를 대입해보죠. 8월 28일 기준 10년물 국채 금리는 4.73%였습니다. 여기에 2%포인트 남짓을 더하면 6.7% 근처. 실제 시장 금리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연준이 9월이나 10월에 0.25%포인트를 더 내린다 해도, 그것만으로 모기지 금리가 뚝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물가가 다시 들썩이거나 정부가 국채를 많이 찍어내면 장기 금리가 올라 모기지 금리를 밀어올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패니메이는 8월 전망에서 올해 4분기 평균을 6.8%로 상향했고, 미국모기지은행협회(MBA)도 2027년 내내 6.7%를 볼 것으로 고쳐 잡았습니다. 두 기관 모두 사실상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5%대는 당분간 없다.

거래는 줄었는데 가격은 37개월 연속 올랐습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7월 기존주택 매매는 연율 406만 건. 전달보다 1.7% 줄었지만 1년 전보다는 0.7% 늘었습니다. 연초부터 누적으로 보면 2.4% 증가.

 

그런데 중간 가격은 43만 4,100달러로 1년 전보다 2.0% 올랐습니다. 이게 37개월 연속 상승입니다. 3년 넘게 한 달도 안 빼고 오른 겁니다.

 

거래가 지지부진한데 가격은 왜 안 내릴까요. 재고 때문입니다. 7월 말 기준 매물은 154만 채, 소진에 4.6개월이 걸리는 수준입니다. 통상 6개월을 균형점으로 보는데 여전히 그 아래입니다. 팔려는 사람도 적고 사려는 사람도 적으니, 양쪽이 같이 얼어붙어 가격만 공중에 떠 있는 모양새죠.

 

케이스-실러 지수도 비슷한 그림입니다. 6월 전국 지수는 1년 전보다 1.5% 상승. 그런데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그보다 높았습니다. 명목으로는 올랐지만 실질로는 13개월째 내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집값이 무너진 건 아니지만, 조용히 깎이고 있습니다.

3.2%짜리 대출을 붙들고 버티는 사람들

미국 주택시장을 이해하는 열쇠는 여기 있습니다. 이른바 '록인 효과(lock-in effect)'.

 

2020~2021년, 코로나 시기에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2%대 후반에서 2%대 초반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때 집을 사거나 갈아탄 사람이 수천만 명입니다. 미국의 모기지는 대부분 30년 고정이라 한 번 받으면 30년 내내 그 금리가 유지됩니다. 한국처럼 몇 년마다 재산정되지 않습니다.

 

이제 이 사람이 이사를 가려면 어떻게 될까요. 3.2%짜리 대출은 집과 함께 사라지고, 새 집에는 6.7%짜리 대출을 새로 받아야 합니다. 같은 40만 달러를 빌린다면 월 상환액이 대략 800~900달러쯤 더 나갑니다. 집 크기가 그대로여도, 아니 좀 더 작은 집으로 옮겨도 매달 내는 돈이 늘어납니다.

 

그러니 안 움직입니다. 올해 4월 조사(Best Interest Financial·Clever)를 보면 대출을 낀 미국 집주인의 76%가 6% 미만 금리를 갖고 있고, 그중 35%는 "어떤 경우에도 이 금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3% 미만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는 그 비율이 52%까지 올라갑니다. 절반 이상이 아예 이사를 계산에서 지운 셈이죠. "금리가 5% 밑으로 떨어지기 전에는 안 판다"는 응답도 51%였습니다.

 

결과는 만성적인 매물 기근입니다. 학계 추산으로는 이 효과가 미국 전체 주택 거래를 100만 건 이상 줄이고, 집값을 실제보다 5~6% 높게 떠받쳤다고 봅니다. 거래가 반토막인데 가격이 버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조금씩 금이 가고는 있습니다. 이혼, 출산, 전직, 부모 봉양처럼 금리 계산으로 막을 수 없는 사정들은 계속 생기니까요. 콜드웰뱅커 조사에서는 올봄 매도자의 3분의 1가량이 5% 미만 금리를 포기하고 집을 내놨습니다. 얼음이 녹는 게 아니라, 가장자리부터 부스러지는 중입니다.

착공은 급감, 신축 재고는 9.6개월치

신규 주택 쪽 숫자는 훨씬 험합니다.

 

7월 주택 착공은 연율 123만 9,000호. 전달보다 12.4%, 1년 전보다 13.5% 줄었습니다. 단독주택도 다세대도 나란히 빠졌습니다. 완공 물량도 121만 2,000호로 1년 전 대비 16.8% 감소. 반면 건축 허가는 144만 3,000호로 전달보다 5.0% 늘었습니다. 허가는 늘고 삽은 안 뜨는, 조금 이상한 조합입니다. 허가를 받아두고 시장을 지켜보는 건설사가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신축 주택 판매는 7월에 연율 60만 7,000호로 한 달 만에 10.5% 급감했습니다. 중간 가격은 39만 3,800달러. 2021년 7월 이후 5년 만의 최저치입니다. 기존주택 중간가(43만 4,100달러)보다 4만 달러나 쌉니다. 원래 신축이 더 비싼 게 정상인데 뒤집혔습니다. 건설사들이 작은 평수를 짓고 값을 깎아 팔고 있다는 신호죠.

 

그런데도 안 팔립니다. 7월 말 미분양 신축은 48만 8,000호, 소진에 9.6개월이 걸립니다. 6월의 8.5개월에서 한 달 만에 훌쩍 뛰었습니다. 균형선이 4~6개월인 걸 감안하면 상당한 과잉입니다.

건설사가 파는 건 집이 아니라 금리입니다

이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답은 금리입니다.

 

미국 대형 건설사들은 대개 자회사로 대출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값을 깎는 대신 금리를 깎아 줍니다. 목돈을 미리 얹어 이자를 낮추는 방식인데, 이걸 '바이다운(buydown)'이라고 부릅니다.

 

D.R. 호턴은 일부 지역에서 FHA 대출 4.99%, 일반 대출 5.5%를 광고했습니다. 시장 금리가 6.66%인데 말이죠. 더 공격적인 상품은 첫해 0.99%로 시작해 해마다 1%포인트씩 올라가다 4년차부터 3.99%로 고정되는 구조입니다. 이 회사는 최근 분기 구매자의 73%에게 금리 바이다운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레나도 비슷하게 4%대 후반 고정금리를 내걸었습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8월 조사를 보면 건설사의 63%가 판촉 인센티브를 쓰고 있습니다. 60%를 넘긴 게 17개월째. 값을 직접 깎은 곳도 35%였고, 평균 인하 폭은 6%였습니다. 건설사 체감경기 지수는 35. 50을 넘어야 긍정이 우세하다는 뜻인데, 40 밑에 머문 게 16개월 연속입니다.

 

이건 결국 마진을 태워 거래를 만드는 일입니다. 집을 파는 게 아니라 거래를 사는 쪽에 가깝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내년 미국 주택시장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시카고는 오르고 시애틀은 내립니다

'미국 집값'이라는 단일한 숫자는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지역별로 방향이 아예 반대입니다.

 

6월 케이스-실러 도시별 지수에서 가장 강한 곳은 시카고(+6.9%), 뉴욕(+4.8%), 클리블랜드(+4.1%)였습니다. 시카고는 넉 달째 1위입니다. 반대편 끝에는 시애틀(-2.0%), 라스베이거스(-1.9%), 덴버(-1.2%)가 있습니다.

 

패턴이 보이시나요. 예전에 사람들이 떠나던 북동부와 중서부가 오르고, 팬데믹 때 인구가 몰려들던 선벨트와 서부가 빠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재고입니다. 2020~2022년 원격근무 붐을 타고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에 집이 쏟아지듯 지어졌습니다. 지금 그 지역들은 10년 만의 최고 재고를 안고 있습니다. 7월 말 기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선 주가 16곳인데, 대부분 남부와 서부입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올해 초 이미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반대로 북동부는 애초에 새로 지을 땅이 부족했고 규제도 빡빡했습니다. 뉴저지, 코네티컷 같은 곳은 여전히 5%대 상승률을 보입니다. NAR의 7월 지역별 자료를 봐도 중간가격이 서부 62만 2,200달러, 북동부 56만 3,800달러, 남부 37만 1,700달러, 중서부 34만 2,900달러로 편차가 두 배 가까이 납니다.

 

전국 통계 하나만 보고 "미국 집값이 어떻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11만 달러를 벌어야 중간 집을 삽니다

레드핀 계산으로, 6월 기준 미국 중간가격 주택을 사면서 주거비를 소득의 30% 안에 묶으려면 연 소득 10만 9,796달러가 필요합니다. 실제 미국 가구 중간소득은 8만 7,599달러. 2만 2,000달러가 모자랍니다.

 

소득이 안 오른 것도 아닙니다. 1년 새 4% 올랐습니다. 그런데 집값과 금리가 같이 버티는 바람에 격차가 좀처럼 줄지 않습니다. 첫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계속 밀려나 있는 상태고, 실제로 7월 기존주택 거래에서 생애 첫 구매자 비중은 29%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현금 구매는 26%였습니다. 넷 중 하나가 대출 없이 집을 삽니다. 대출이 막힌 시장에서 자산가만 남는다는 얘기죠.

 

그럼 못 산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요. 임대로 갑니다. 그런데 그쪽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질로우 기준 7월 전국 평균 호가 임대료는 1,962달러로 1년 전보다 2.3% 상승, 1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8월 아파트 임대료는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같은 달 기준 상승 전환했습니다. 다세대 착공이 줄면서 공급 파이프라인이 얇아진 여파입니다. 아직 신규 계약의 40%가량에 무료 임대 기간 같은 혜택이 붙긴 하지만, 그 쿠션도 얇아지는 중입니다.

 

이쯤 되면 정치 문제가 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주거비 관련 긴급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올해 1월에는 '50년 만기 모기지'를 꺼냈습니다. 상환 기간을 늘려 월 납입액을 줄이자는 발상인데, 반발이 컸습니다. 20만 달러를 빌린다고 할 때 총이자가 30년 대비 두 배 넘게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왔고, 원금이 줄지 않아 자산 형성이 늦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은행만 좋은 일"이라는 비판이 나왔죠. 도드-프랭크법상 실행이 어렵다는 법률적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 모두 생활비를 붙들고 씨름하는 중인데, 주거비는 그 한복판에 있습니다.

조용히 커지는 그림자

밝지 않은 신호도 있습니다. 올 상반기 압류 신청은 22만 7,548건으로 1년 전보다 21% 늘었습니다. 특히 저소득·저신용층이 주로 쓰는 FHA 대출의 연체율이 1분기 11.9%까지 올랐습니다. 2020년 2분기 이후 최고치입니다. 같은 시기 일반 대출 연체율이 2.75%인 걸 감안하면 격차가 큽니다.

 

물론 2008년과는 다릅니다. 그때는 시장 전체가 무너졌지만 지금은 특정 계층, 특정 지역에 고통이 몰려 있습니다.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가 압류율 상위권입니다. 다만 앞으로 1년~1년 반 사이 최대 25만 건의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추정도 있어서, 이미 재고가 쌓인 남부 시장에는 추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영향

미국과 한국은 대출 구조가 다릅니다. 미국은 30년 고정이 표준이라 한번 낮은 금리를 잡으면 평생 가져갑니다. 그래서 '록인'이라는 독특한 현상이 생기고, 매물이 마르고, 거래가 죽어도 가격은 안 내립니다. 한국은 변동금리와 짧은 만기가 많아 금리가 오르면 기존 차주가 곧바로 타격을 받습니다. 매물이 잠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오는 힘이 생기죠. 같은 '고금리'라도 시장에 미치는 경로가 정반대입니다.

 

또 하나. 미국의 집값 조정은 폭락이 아니라 '물가에 지는 방식'으로 진행 중입니다. 명목 가격은 조금 오르는데 실질 가치는 13개월째 깎이고 있죠. 이런 식의 조정은 뉴스 헤드라인에 잘 안 잡힙니다. 한국 시장을 볼 때도 참고할 만한 시선입니다.

 

미국 주택시장은 지금 어느 쪽으로도 시원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5%대로 내려오면 잠긴 매물이 풀리고 거래가 살아나겠지만, 동시에 눌려 있던 수요도 함께 돌아와 가격을 다시 밀어올릴 겁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6% 후반이 계속되면 거래는 계속 얼어붙은 채 부담만 쌓입니다. 어느 쪽이든 깔끔한 해법은 아니라는 게 이 시장의 고약한 점입니다. 당분간은 이 어정쩡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물론 국채 금리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겠지만요.

 

(본문 수치는 2026년 8월 말까지 공개된 프레디맥, NAR, 미 인구조사국, S&P 케이스-실러, NAHB, 레드핀, 질로우, ATTOM 자료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주간·월간 지표는 개정될 수 있으며, 발표 시점 이후의 최신 수치는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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