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분담금이 오르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이 새 집을 받으려면 돈을 더 내야 합니다. 이것이 추가분담금입니다. 그리고 이 돈이 지금 서울 전역에서 오르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공사비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서울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3년 새 30%가량 올랐고, 최근에는 3.3㎡당 1,000만 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생긴 일입니다.
분담금 계산식을 보면 공사비 상승이 왜 곧바로 조합원 지갑으로 연결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조합원 분담금은 '재건축 후 조합원 분양가'에서 '기존 집의 권리가액'을 뺀 금액입니다. 권리가액은 지금 가진 집의 평가액(종전자산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해서 나오는데, 비례율은 총사업비가 늘어날수록 낮아집니다. 즉 공사비가 오르면 총사업비가 늘고, 비례율이 떨어지고, 권리가액이 줄고, 분담금은 커집니다. 서울 어느 동네든 이 식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강남은 왜 분담이 가능한가
그런데 같은 식을 쓰는데 결과는 동네마다 다릅니다. 한국경제TV가 비교해 보니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의 집값 대비 분담금 비율은 10~15%에 그쳤습니다. 20억 원짜리 집이면 2억~3억 원을 내는 셈입니다.
강남이 감당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기존 집값이 높아서 권리가액의 출발점 자체가 큽니다. 공사비가 올라 비례율이 조금 떨어져도 권리가액이 넉넉하니 분담금 비율이 낮게 유지됩니다. 둘째,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 몫이 아닌 일반분양 물량을 비싸게 팔면 그 수입이 사업비를 메워 조합원 부담을 덜어 줍니다. 공사비 인상분을 일반분양 수입으로 흡수할 여력이 있는 겁니다.
노원은 왜 분담이 어려운가
노원은 두 조건이 모두 반대입니다. 한국경제TV가 노원구 노후 단지 두 곳의 추정 분담금을 따져봤더니, 한 곳은 현재 집값의 70%, 다른 한 곳은 50%를 넘었습니다. 집값이 5억 원이면 3억 5,000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
첫째, 기존 집값이 낮습니다. 상계동 주공아파트 전용 32㎡는 올해 7월 평균 실거래가가 5억 250만 원입니다. 권리가액의 출발점이 작으니 공사비 상승의 충격이 그대로 분담금으로 전가됩니다. 둘째,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대로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강남권보다 일반분양가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공사비가 오를수록 조합원 분담금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낮은 지역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이렇습니다. 상계주공6단지 전용 32㎡ 소유자가 재건축 후 84㎡를 선택하면 추가 분담금이 약 7억 6,500만 원으로 추산됩니다. 지금 집값보다 2억 6,000만 원이 더 많습니다. 분양 신청이 진행 중인 상계주공5단지는 전용 84㎡ 기준 최고 6억 477만 원의 분담금을 제시했습니다. 월계동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은 1,700가구를 일반분양해도 분담금이 4억 원대입니다. 한 주민의 말이 상황을 요약합니다. "건축비는 계속 오르고 인건비 오르고, 다시 말해서 쫓겨나는 거예요."
그래도 분담하겠다는 사람들
분담이 어렵다고 해서 노원 재건축이 멈춘 건 아닙니다. 상계주공5단지는 2023년 GS건설을 시공사로 뽑았다가 공사비 갈등 끝에 계약이 깨졌고, 지난해 9월 한화 건설부문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습니다. 공사비가 15% 이상 불었지만 소유주들은 분담금을 받아들이고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시세가 반응했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 4억 원대에도 거래되던 전용 31㎡ 최저 호가가 7억 원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세대당 분담금이 집값에 육박하는 7억 원으로 예상되는데도 집값이 2억 원 오른 겁니다.
노원구는 서울에서 노후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대지 지분이 작은 단지가 많아 사업성이 낮다 보니 그동안 재건축 추진이 더뎠는데, 서울시가 사업성이 낮은 단지에 '사업성 보정계수'를 확대 적용하면서 거래량이 62% 급증하고 투자 수요가 들어왔습니다. 다만 강북에서 높은 분담금을 안고 재건축을 끝까지 성공시킨 사례가 드물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입니다. 분담금이 커지면 분양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걱정도 조합 안에서 나옵니다.
분담 능력을 보완하는 장치: 사업성 보정계수
서민 아파트가 분담을 감당하게 하려고 서울시가 만든 장치가 '사업성 보정계수'입니다. 땅값이 낮은 단지일수록 높은 계수를 줘서 허용 용적률을 더 올려 주는 제도입니다. 용적률이 오르면 더 많이 지을 수 있고,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며,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듭니다. 최대치인 2.0을 적용받으면 허용 용적률이 최대 40%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효과는 실제로 있었습니다. 월계동신아파트는 보정계수 2.0을 적용받아 허용 용적률이 199%에서 217.09%로 올랐고, 임대주택 기부채납 없이 법적 상한 용적률까지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기부채납 예정이던 임대주택 66가구가 전량 분양 물량으로 바뀌었고, 864가구가 1,060가구로 늘어납니다. 상계주공5단지도 2.0을 적용받아 일반분양이 101가구 늘고 조합원 1인당 추정 분담금이 약 7,000만 원 줄어들 전망입니다.
그런데 7,000만 원이 줄어도 분담금은 여전히 5억~6억 원입니다. 2.0은 '덜 어렵게' 만들었을 뿐 '가능하게' 만들지는 못했다는 것이 노원구의 판단입니다.
2.0을 3.0으로: 노원구의 요구
그래서 노원구는 보정계수 상한을 2.0에서 3.0으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서준오 노원구청장의 말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사업성 보정계수 2.0을 받더라도 좀 어려운 단지가 있습니다. 그걸로 큰 이득을 본다는 개념보다는 노후화된 주거 환경을 바꿔줘야 된다, 도시가 쇠락하는 걸 막아줘야 된다는 개념에서 사업이 어쨌든 갈 수 있을 정도는 해줘야 된다는 겁니다."
논리의 전환이 핵심입니다. 재건축을 '자산 가치를 올리는 투자'가 아니라 '도시 쇠락을 막는 주거 환경 정비'로 보자는 겁니다. 40년 넘은 아파트는 재건축이 안 되면 그냥 낡아 갑니다. 강남은 분담이 가능해서 새 아파트가 되고 노원은 분담이 불가능해서 그대로 낡으면, 두 지역의 주거 환경 격차는 집값 격차보다 더 벌어집니다. 박합수 교수는 통계와 변수를 반영해 비율을 다시 산정하고 적용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서준오 구청장은 서울시의원 시절부터 노원구 재건축 단지가 모두 보정계수 2.0을 적용받도록 산정 방식을 바꾸자고 주장하면서 서울시 주택 공급의 핵심 축은 강남이 아니라 노원을 비롯한 강북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래서, 서민 아파트도 분담 가능할까
지금 나온 숫자만 놓고 보면 답은 "지금 제도로는 어렵다"에 가깝습니다. 공사비는 계속 오르고,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은 그대로이며, 보정계수 2.0을 받아도 분담금은 집값의 절반을 넘습니다. 보정계수를 3.0으로 올리는 것은 서울시 조례와 정책의 영역이라 노원구가 혼자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남습니다. 공사비 인상을 일반분양 수입으로 흡수할 수 있는 강남과, 그럴 수 없는 노원 사이의 간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울 것인가. 용적률을 더 주는 방식(보정계수 3.0)이 될지, 분담금 비율을 지역별로 다시 산정하는 방식이 될지, 아니면 아직 나오지 않은 다른 '강북형 재건축' 모델이 될지. 집값 5억에 분담금 3억 5,000만 원이라는 숫자는 그 답을 더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신호입니다.
'부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강남이 오르면 강남은 어떻게 되나 — 강남으로 밀어올리기 시작되나? (0) | 2026.10.25 |
|---|---|
| 서울에서 '국평 20억' 단지가 59곳 늘었습니다 — 그중 43곳은 강남이 아닙니다 (0) | 2026.10.25 |
| 월세 비중 51% — 보유세가 오르기도 전에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 (0) | 2026.10.25 |
| 금리는 두 번 올랐는데 집값 기대는 꺾이지 않았다 — 2026 금리 인상 정리와 부동산 (0) | 2026.10.25 |
| 경기도가 강남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 분당발 '역방향 갈아타기'의 경제학 (0) | 2026.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