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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면권은 언제, 어떤 사람들에게 쓸 수 있나?

Project2050 2025. 8. 1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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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반복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전직 대통령부터 재벌 총수, 정치인, 공무원, 심지어 거물 경제사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이 사면 대상이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법적 정당성과 정치적 명분은 항상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글에서는 대통령 사면권의 법적 근거, 실제 활용 방식, 그리고 민주화 이후 대표적인 사면 사례를 다룬다.


1. 대통령 사면권의 법적 근거

한국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과 사면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 헌법 제79조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면·감형·복권을 명할 수 있으며, 특히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명할 수 있지만, 절차상 법무부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대통령에게 상신하는 과정을 거친다.
  • 사면법
    사면의 종류와 절차, 효력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 일반사면: 특정 범죄 유형을 지정해 해당 범죄자 모두를 대상으로 형의 효력을 없애거나 공소권을 소멸시킨다.
    • 특별사면: 특정인을 대상으로 형 집행을 면제하거나 형을 감경한다.
    • 감형: 형의 기간·벌금액 등을 줄이는 조치.
    • 복권: 형 집행으로 인해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킨다.

결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포괄적인 사면권을 부여하고, 사면법이 그 범위와 절차를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구조다.


2. 사면이 주로 시행되는 경우와 대상

한국에서 사면은 대체로 국가적 기념일이나 정치·사회적 분기점에 맞춰 단행되는 경향이 있다.

  1. 국가통합 명분 
    정권 교체기, 정치적 갈등 완화, 과거사 청산 등을 내세운다.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 사면이 여기에 해당한다.
  2. 경제 활성화 명분
    경제위기 극복 또는 투자 유치를 위해 대기업 총수, 경제사범 등을 사면하는 경우가 많다.
  3. 사회적 화해 명분
    노동운동가, 시위 참가자, 특정 사회운동 관련자 등이 사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면 명분은 다양하지만, 실제 대상은 정치인과 재벌 총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에서 ‘권력자 보호 장치’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3.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표적 사면 사례

(1) 김영삼 정부 – 전두환·노태우 특별사면 (1997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사건으로 각각 사형·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했다. 명분은 ‘국민대화합’이었지만, 여전히 국민 여론은 극명하게 갈렸다.

(2) 김대중 정부 – 정치·경제인 대규모 사면 (1998~2003년)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한보그룹 정태수, 기아 김선홍 등 대기업 총수를 사면·복권시켰다. 또한 광복절과 3·1절 사면에서 정치인 김현철, 노동운동가 등도 대거 포함시켰다.

(3) 노무현 정부 – 대우그룹 김우중 사면 (2007년)

해외 도피와 분식회계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특별사면했다. 임기 말 사회적 화합과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경제인 다수를 포함시켰다.

(4) 이명박 정부 – 최시중·천신일 등 측근 사면 (2009~2012년)

측근 인사와 정치권 주요 인물을 포함한 사면이 잦았다. 특히 임기 말에는 박근혜 당시 유력 대선 후보 측 인사들의 사면이 이루어져 ‘정치적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5) 박근혜 정부 – 제한적 경제인 사면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부 경제인을 사면했지만, 본인의 탄핵과 파면으로 인해 임기 말 대규모 사면은 불발됐다.

(6) 문재인 정부 – 이재용·신동빈 특별사면 (2021년, 2022년)

코로나19 이후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재벌 총수들을 사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은 국민 여론이 찬반으로 나뉘었으며, 사면권 남용 논쟁이 재점화됐다.

(7) 윤석열 정부 – 정치·경제인 혼합 사면 (2022~2025년)

정치인과 경제인을 동시에 포함한 사면이 잦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 등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인물 사면은 거센 정치 논란을 불러왔다.


4. 사면권의 정치적 함의와 논란

사면권은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강력한 권한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정권의 마지막 카드’로 기능해 왔다. 특히 한국처럼 대통령 권력이 강한 구조에서는 사면이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는 정치적 행위로 작용하기 쉽다.

  • 긍정적 시각: 사회적 갈등 봉합, 경제 회생, 국제적 이미지 개선에 기여.
  • 부정적 시각: 권력자·재벌 특혜, 법치주의 훼손, 정치적 보상 수단으로 악용.

이 때문에 사면권을 제한하거나, 국회·사법부의 동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도 개선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5. 마무리

1987년 민주화 이후 사면권 행사는 늘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헌법과 사면법은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주지만, 그 사용이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된다. 앞으로의 사면권 행사가 진정한 사회통합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절차적 투명성과 공정성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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