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중동 하늘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지금, 원-달러 환율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2월 한 달 동안 평균 1,447원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던 환율은 공습 소식과 함께 다시 출렁일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위험 자산 회피 현상이 강해지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동의 전쟁은 언제나 한국인의 지갑에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규모도, 목표도, 파급력의 깊이도 과거와 다르다.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우리 경제를 흔들 것인가.
전쟁과 환율, 왜 연결되는가
환율이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특히 전쟁이 터졌을 때 원화 가치가 흔들리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첫 번째 이유는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본능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을 옮긴다. 안전자산의 대표 주자는 미국 달러, 금,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이다. 원화는 안전자산이 아니다. 원화는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며,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는 쪽에 속한다. 달러로 자금이 몰릴수록 달러의 가치는 오르고, 원화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 결과가 원-달러 환율 상승이다.
두 번째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다. 한국 주식시장에는 상당한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 이 자금은 빠르게 빠져나간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를 사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원화 수요는 줄어든다.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유가와의 연결 고리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다. 유가가 오르면 한국 기업들은 더 많은 달러를 써서 원유를 사들여야 한다. 달러 수요가 늘어나니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은 한국 경제에 이중의 부담을 안긴다.
이 세 가지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 바로 중동 전쟁이 터졌을 때 한국 원화가 겪는 현실이다.
역사가 말하는 것: 전쟁과 환율의 과거 사례들
역사는 반복된다. 전쟁이 터질 때마다 금융시장은 흔들렸고, 그중 가장 무서운 선례는 1973년에 있었다.
1973년 10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욤키푸르 전쟁을 벌였다. 아랍 산유국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는 '석유 무기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결과 S&P500 지수는 1년 만에 43%가 폭락했다. 세계 경제는 성장 둔화와 물가 급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졌다. 이것이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오일쇼크의 교훈이다.
2024년 10월,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을 때도 원-달러 환율은 급격히 상승했다.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주가와 원화 가치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멈추고 하락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만 당시는 충돌이 빠르게 마무리되며 충격이 제한됐다.
이번은 규모가 다르다. 12일 전쟁이나 제한적 미사일 교환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사망시키고 핵시설을 포함한 전국 15개 이상 도시를 동시에 타격하는 전면적 군사 작전이다. 이란도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에 즉각 반격했다. 이 규모의 충돌은 과거의 사례들과 차원이 다르다.
호르무즈 해협: 세계 경제의 가장 좁은 목구멍
이번 사태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한 단어가 있다.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좁은 수로다.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이 고작 33킬로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좁은 길을 통해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30%가 지나간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이 모두 이 해협을 거쳐야 한다.
이란은 이미 공습 직후 호르무즈 해협 일대 선박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봉쇄 수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경제 충격의 크기가 결정된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공습 직전 브렌트유는 배럴당 73달러 수준이었다. 봉쇄가 현실화하면 유가가 70% 이상 폭등하는 셈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분쟁이 제한적으로 관리되더라도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으며, 장기 분쟁 시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경우 글로벌 물가상승률을 0.6~0.7%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습 당일인 2월 28일 이미 WTI 원유 가격은 전날보다 2.78% 오른 배럴당 67.02달러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석유회사와 대형 트레이딩 업체들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및 연료 운송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특히 취약한 이유
중동 전쟁이 터질 때마다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의 반응은 크게 다르다.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셰일혁명 덕분에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중동 위기가 미국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실제로 이번 이스라엘-이란 분쟁 직후에도 미국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은 6일간 10% 이상 급등하고, 에너지 ETF인 XLE는 1주일 만에 6% 상승하는 등 미국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는 쪽에 속한다.
한국은 정반대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한국의 수출은 0.39% 감소하고 수입은 2.68%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단가는 오르지만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수입 부담은 훨씬 크게 늘어나는 구조다. 제조업 원가도 0.68%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결정적인 숫자가 있다. 한국은 원유의 70.7%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도 중동에서 들여온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이 물량 전체에 차질이 생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두바이유 등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증시에도 상당히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정유·석유화학, 항공, 해운 등 산업은 원가 부담이 직격탄을 맞는다. 항공사는 유가 상승이 곧 비용 폭등으로 이어진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국내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사그라든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담이 늘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오를 수 있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문제는 어느 정도냐다.
시장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세 가지 분기점이 있다.
첫째는 작전 기간이다. 이번 공습이 며칠 안에 마무리되는 단기 타격으로 끝나는지, 수주~수개월에 걸친 장기 캠페인으로 이어지는지가 환율의 방향을 결정하는 첫 번째 변수다. 미국과 이스라엘 내에서는 이번 작전이 나흘 안에 1단계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둘째는 호르무즈 봉쇄 여부다. 이것이 현실화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충격의 크기를 판가름하는 가장 결정적 변수다. 전면 봉쇄 시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 달러 강세는 더욱 강화되고 원화는 추가 약세를 피하기 어렵다.
셋째는 이란 내부의 반응이다. 이란이 혁명수비대를 동원해 지속적으로 반격에 나서고 내부 권력이 결집한다면 전쟁은 길어진다. 반면 이란 내부에서 정권 교체 움직임이 가속화되면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될 수 있다.
분쟁이 장기화돼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달러는 엔화와 스위스 프랑을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는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편이다. 2024년 10월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처럼 하메네이 사망까지 포함한 전면적 충돌에서 그 이상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안전자산으로 뭉치는 세계 자금
이번 사태에서 자금의 흐름은 뚜렷하다. 안전자산으로, 안전자산으로, 안전자산으로.
금 가격이 대표적이다. 공습 전날 시카고 코멕스(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5,267달러에 거래됐다. 2월 초 대비 이미 약 13% 상승한 수준이다. 금은 연초 대비 22%가 올랐다. 전쟁 공포가 현실화하면 금 가격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공습 소식과 함께 비트코인은 6만 3,038달러까지 밀리며 직전 대비 3.8% 하락했다. 최근 두 달간 비트코인은 이미 25% 이상 하락한 상태다.
미국 국채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와 미국 국채로 몰려들면 달러 가치는 더욱 강해진다. 달러인덱스는 이미 올해 들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공포지수(VIX)는 올해 들어 30% 이상 올랐고, 미국 채권시장의 내재 변동성도 15% 가량 상승했다. 시장 전체가 공포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다.
스위스 프랑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전쟁 상황에서 중립국 통화로서 자금이 몰리는 특성이 있다.
국내 증시, 어떤 종목이 움직이는가
환율과 함께 국내 증시도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업종별로 양상은 극명하게 갈린다.
수혜를 받는 업종이 먼저 있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는 방위산업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각국의 군비 지출 확대 기대감이 반영돼 방산 관련 주가가 먼저 오른다. 한국은 K2 전차, K9 자주포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방산 수출국이 됐다. 중동의 전쟁은 한국 방산업체에 추가 수주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정유·에너지 관련 주도 단기적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유가 상승은 정유사의 재고 평가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일부 원자재·인프라 관련 종목도 마찬가지다.
반면 피해를 입는 업종이 더 많다. 항공사는 가장 직격탄을 맞는다. 유가가 오르면 항공유 비용이 급등한다. 지난 2월 28일 공습 이후 중동 영공이 폐쇄되며 항공편 취소가 줄줄이 이어졌다. 여행·관광 업종도 함께 타격을 받는다. 자동차·화학·산업재는 원재료 비용과 물류비, 환율 변동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내수 소비재는 경기 불확실성 확대 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다.
가톨릭대 양준석 교수는 "우리나라 주가 상승 추세가 미국보다 더 빠르고,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도 영향을 받아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미국보다 좀 크게 조정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악의 시나리오: 서방 대 반서방 패권 전쟁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그 뒤에 깔린 지정학적 구도다.
이란 뒤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있다. 러시아는 즉각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을 요청했고, 중국도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 현재로서는 두 나라가 직접 군사 개입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 자산을 새로 전개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고, 중국도 이번 사태에 개입해 미국과 정면충돌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간접적 지원이 강화될 경우는 다르다. 에너지, 무기, 정보, 외교적 보호막 형태로 이란을 지원한다면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중동 국지전을 넘어,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러시아·중국의 진영 대결로 비화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진영별로 재편되는 구조적 충격이 올 수도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가진 한국에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불확실성이 드리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든 공포가 그렇듯이, 공포에 휩쓸려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일치한다.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전쟁 뉴스만으로 장기 투자 추세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증시는 대부분 1년 안에 낙폭을 회복했다.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늘 오일쇼크와 같은 에너지 무기화가 동반됐을 때였다.
지금 당장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이 있다면 이런 것들이다. 환율 리스크에 노출된 달러 부채가 있다면 점검이 필요하다. 해외여행, 해외 유학 등 달러 지출이 예정된 사람이라면 환율이 더 오르기 전 일부 환전을 검토해볼 수 있다.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에 취약한 업종에 집중 투자한 포트폴리오라면 분산을 고려할 시점이다.
투자 측면에서는 방위산업, 금, 달러 자산,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반면 항공, 여행, 내수 소비재는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명동 환전소 앞에 모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중동의 폭탄 소리는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조용하게 우리 지갑 속에 떨어진다. 지금 이 순간, 호르무즈 해협의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를 주시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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