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이민자는 몇 명까지 받는 게 적절한가? : 8월, 아시아 국가들의 이민 정책 논의가 시작되었다

Project2050 2026. 8. 30. 15:38
728x90
반응형

몇 명까지 받을 것인가 — 8월, 아시아의 이민 논의가 숫자판 위로 올라왔다

8월 7일 도쿄의 한 회의실에 여섯 사람이 모였습니다. 경제학자, 사회학자, 법학자. 도쿄대 오하시 히로시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꽤 단순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일본에 외국인이 몇 명까지 있어도 되는가."

 

이 질문이 공식 회의체의 의제로 올라온 건 일본에서 사실상 처음입니다. 그리고 같은 달, 서울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결정이 하나 나왔습니다. 8월 24일 법무부가 광역형 비자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핵심은 인원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방향은 반대처럼 보이는데 문법은 같습니다. 이민을 '숫자'로 다루겠다는 것.

 

지난 몇 년 동안 이민 논쟁은 주로 국경에서 벌어졌습니다. 보트, 장벽, 망명 심사. 그런데 올여름 아시아에서 벌어진 일들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국경이 아니라 표(表)에서, 구호가 아니라 엑셀 시트에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트의 셀 하나가 바뀔 때, 어떤 사람은 식당 취업 서류를 낼 수 없게 되고 어떤 사람은 배우자를 데려올 수 있게 됩니다.

도쿄, "총량을 정해보자"는 말이 회의록에 남던 날

오하시 교수가 이끄는 작업반은 2040년 무렵까지의 외국인 인구 추계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국적별, 연령별, 체류자격별로 쪼개서요. 그다음에 그 인구가 경제·사회보장·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따져보고, 회계연도가 끝날 무렵 기본 틀을 내놓습니다. 정부는 이를 받아 2027년 3월까지 기본방침을 정한다는 일정입니다. 별도로 다카하시 스스무 일본종합연구소 명예이사장이 이끄는 두 번째 작업반이 나머지 외국인 정책 전반을 맡습니다.

 

여기서 논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정량 관리'입니다.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의 목표치 혹은 상한선을 두거나, 특정 체류자격별로 숫자 상한을 거는 방식이죠. 일본 정부는 이미 올해 1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체제에서 「외국인 수용과 질서 있는 공생을 위한 종합대책」이라는 문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 문서의 특이한 점은 범위였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체류자만이 아니라 오버투어리즘,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까지 같은 상자에 담았거든요. 이민 정책이라기보다 '외국인이라는 존재 전반'에 대한 관리 문서에 가까웠습니다.

 

상한제라는 발상 자체가 특별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국가별 이민 쿼터를 뒀고, 캐나다는 매년 이민 수용 계획을 숫자로 발표합니다. 다만 일본에서 이 말이 나온다는 게 무겁습니다. 지난 10년간 일본은 "이민 정책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를 빠르게 늘려온 나라였으니까요. 문을 열되 문이라고 부르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제 그 문에 계량기를 달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셈입니다.

이미 한 번 일어난 일 — 식당 문이 4월에 닫혔습니다

총량제가 실제로 작동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일본은 올해 이미 예고편을 보여줬습니다.

 

특정기능(特定技能) 1호 비자의 외식업 분야 이야기입니다. 일본 정부는 2024년 4월부터 2029년 3월까지 5년간 외식업에 5만 명을 배정해뒀습니다. 넉넉하다고 봤겠죠. 그런데 2026년 2월 말 기준으로 이미 약 4만6천 명이 채워졌습니다. 이대로면 5월이면 한도가 소진된다는 계산이 나왔고, 출입국재류관리청은 3월 27일 예고 후 4월 13일부터 신규 접수를 멈췄습니다.

 

이게 서류상 어떤 의미냐면 이렇습니다. 4월 13일 이후 접수된 재류자격인정증명서(COE) 신청은 발급되지 않습니다. 국내 체류자의 자격변경 신청도 원칙적으로 불허입니다. 기능평가시험 자체도 당분간 중단됐습니다. 시험을 볼 수 없으니 자격을 만들 수도 없습니다.

 

사람 단위로 옮겨보면 더 선명합니다. 필리핀이나 네팔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며 외식업 시험을 준비하던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시험 자체가 사라진 상황을 맞았습니다. 학원비와 교재비, 몇 달의 시간은 이미 썼는데요. 반대편에서는 오사카의 라멘집 사장이 3월에 채용 확정을 하고 서류를 준비하던 중 "접수가 안 됩니다"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사람은 다시 구인공고를 내야 하고, 아마 못 구합니다.

 

그러니까 총량제는 추상적인 제도가 아닙니다. 어느 날 오후에 창구가 닫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닫힘은 예고가 짧습니다. 5년 치 쿼터가 2년 만에 소진될 정도로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숫자로 관리하겠다고 정할 수는 있지만, 그 숫자를 정확히 맞히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10월부터 일본 영주권은 '평균 소득'을 요구합니다

같은 8월,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더 크게 회자된 건 영주권 이야기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0월 1일부터 영주 허가 지침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소득, 연금, 일본어 능력,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까지 기준이 함께 올라갑니다. 가장 논란이 된 건 소득 기준입니다. 지금까지 1인 가구 기준으로 관행적으로 통용되던 연 300만 엔 안팎의 선이, 일본인 가구 평균소득 수준인 450만 엔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그 소득으로 후생연금에 30년 가입했을 때 받게 될 연금액에 상응하는 수급 전망을 요구한다는 조항이 붙었습니다. (지침 확정 여부와 최종 수치는 확인 필요합니다.)

 

30년 연금 조항이 왜 문제인지는 산수를 조금만 해보면 압니다. 35세에 일본에 온 사람은 65세까지 딱 30년입니다. 40세에 온 사람은 구조적으로 이 요건을 채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일본어를 배워도요. 이미 10년, 12년을 살면서 영주권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규칙이 바뀌면서 결승선이 뒤로 밀린 게 아니라 트랙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저팬타임스는 8월 10일 기사에서 한 외국인 주민의 표현을 빌려 이 상황을 '완전한 혼란'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 쪽 논리도 근거가 없지는 않습니다. 영주권은 사회보장의 문을 여는 자격입니다. 고령이 되어 연금이 없는 영주권자가 늘면 그 부담은 지자체 복지 예산으로 갑니다. 실제로 일본 일부 지자체에서는 외국인 주민의 국민건강보험료 체납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받아들이되 재정적으로 자립 가능한 사람을 받자"는 발상 자체는 많은 나라가 공유합니다. 캐나다의 소득 요건, 독일의 블루카드 급여 하한선도 같은 계열이죠.

 

문제는 시점과 소급성입니다. 이미 그 나라에 들어와 삶을 설계한 사람들에게 규칙을 바꿔 적용하는 건, 재정 논리와는 별개로 신뢰의 문제를 만듭니다. 게다가 저출생·고령화로 노동력이 절실한 나라가 "장기 정착하려는 사람"에게 더 높은 벽을 세우는 건 정책 목표끼리 서로 부딪히는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대만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같은 시기, 바다 건너에서는 다른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대만의 이주노동자는 올해 7월 말 기준 9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90만3,674명, 이 중 유효한 고용허가를 가진 사람이 80만 명 남짓입니다. 6월에는 제조업 분야 이주노동자가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5%가 넘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높은 비율입니다.

 

대만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한 '외국기술인력' 규정은 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관한 답입니다. 제조업, 도축업, 건설업, 농업, 요양보호 분야에서 6년 이상 일한 이주노동자, 또는 대만에서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유학생이 일정한 임금·기술 요건을 갖추면 '외국기술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전환하면 체류 기간 제한이 사라지고, 임금이 오르고, 고용안정비 납부 의무에서 벗어납니다.

체류 기간 제한이 사라진다는 대목이 핵심입니다. 아시아의 외국인력 제도는 대체로 '순환'을 전제로 설계돼왔습니다. 3년 일하고 돌아가고, 다시 새 사람이 오는 방식이죠. 대만은 여기에 옆문을 냈습니다. 6년 동안 같은 공장에서 일하며 기계를 익힌 사람을 돌려보내고 신입을 다시 가르치는 것보다, 그 사람을 남게 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무조건 열어준 건 아닙니다. 올해 전환 임금 기준은 일괄적으로 2,000대만달러 올라갔고, 요양기관 종사자의 경우 높은 임금으로 기술 요건을 대체하던 우회로가 없어졌습니다. 조건은 조이면서 통로는 넓힌 셈입니다.

 

일본도 비슷한 방향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긴 합니다. 2027년 4월 기능실습제도가 폐지되고 육성취로(育成就労)제도가 시작됩니다. 3년간 육성한 뒤 특정기능으로 넘어가는 경로를 명확히 하고, 그동안 사실상 금지에 가까웠던 직장 이동(전적)을 일정 조건 아래 허용하는 게 골자입니다. 올해 9월 1일부터는 육성취로계획 인정을 위한 사전 신청이 시작됩니다. 한쪽에서는 총량 상한을 논의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정착 경로를 정비하는, 다소 분열적인 그림입니다.

서울, 8월 24일 — 숫자는 반으로, 대신 배우자를 데려오게

한국의 8월 소식도 같은 좌표계 위에 있습니다.

 

법무부는 8월 24일 광역형 비자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히며 2027~2028년 정식사업 공모를 시작했습니다(공모 기간 8월 24일~11월 10일). 광역형 비자는 광역지자체가 지역 산업에 맞는 외국인력을 직접 설계해 데려오는 제도인데, 이번 개편의 첫 줄은 감축입니다. 2025~2026년 6,790명이던 쿼터를 2027~2028년에는 최대 3,000명 수준으로 낮춥니다. 광역별 배정도 60~1,000명 범위에서 50~200명으로 좁아집니다.

 

그런데 줄이기만 한 게 아닙니다. 남은 자리의 성격이 바뀝니다. 광역형 E-7 비자 소지자의 배우자가 해당 지역에서 취업할 수 있게 되고, 지방정부는 주거·자녀 보육과 교육·한국어 교육 같은 가족 단위 정착 지원을 책임지게 됩니다. 유학생이 졸업 후 지역 기업에 취업해 E-7으로 전환할 때는 인센티브가 붙습니다. 기존에는 유학 트랙과 특정활동 트랙 중 하나만 골라야 했는데, 이제 지자체가 둘을 함께 설계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이미 살고 있는 유학생에게 선발 우선권도 줍니다.

 

이걸 사람 단위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전북의 한 부품업체에 취업한 베트남 출신 30대 남성이 있다고 칩시다. 예전 같으면 그는 혼자 와서 몇 년 일하다 갔습니다. 배우자가 따라오더라도 취업이 안 되니 소득은 한 사람 몫이었고, 그래서 가족은 대개 안 왔습니다. 바뀐 제도에서는 배우자가 같은 지역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소득이 두 배가 되면 그 지역에 집을 얻을 수 있고, 아이가 오면 지역 초등학교에 학생이 한 명 늘고, 어린이집 정원이 채워집니다. 지역 입장에서 외국인 한 명은 노동력 한 단위였는데, 이제는 가구 하나가 됩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정부가 감축의 이유로 든 문장입니다. "무분별한 외국인력 도입을 막고 지방정부의 관리 책임을 강화한다." 지자체가 인원을 따내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데려온 뒤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진단이 깔려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역특화형 비자에서도 배정만 받고 채우지 못하거나, 배정된 사람이 곧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문제가 반복 지적돼왔습니다.

 

같은 달 초에는 다른 방향의 조정도 있었습니다. 8월 3일부터 지역특화형 우수인재(F-2-R) 비자의 한국어 요건이 TOPIK 4급에서 3급으로 낮아졌습니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올해 5월 기준 107개 기초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고 배정 쿼터는 1만3,572명 규모입니다. 문턱을 낮춰 사람을 더 통과시키겠다는 신호죠. 광역형은 조이고 지역특화형은 풀고. 하나의 방향이라기보다는 여러 개의 손잡이를 각각 돌려보는 중입니다.

상시 인력은 줄이고, 계절 인력은 늘린 한국식 셈법

숫자로 보면 한국의 조정 폭은 꽤 큽니다.

 

2026년 고용허가제(E-9) 도입 규모는 8만 명으로 정해졌습니다. 2025년 13만 명에서 5만 명이 줄었습니다. 38.5% 감소입니다. 업종별 배정 7만 명에 탄력배정분 1만 명 구조이고, 제조업 5만, 농축산업 1만, 어업 7천, 건설업 2천, 서비스업 1천 순으로 나뉩니다. 정부가 든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일시적으로 부풀었던 수요가 안정 국면에 들어섰고 제조업·건설업의 빈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계절근로자는 반대로 갔습니다. 2026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규모는 10만 명대로 출발해 하반기에 1만6,915명이 추가되면서 총 11만7,113명이 됐습니다. 2025년 9만5,596명보다 2만1,517명 늘어난 규모입니다. 추가분 중 1만4,926명이 74개 시·군에 배정됐고 1,989명은 예상치 못한 현장 수요에 대비한 탄력분으로 남겼습니다. 농업에 1만1,070명, 어업에 3,856명입니다. 이들의 체류 기간은 최대 8개월입니다. (발표 시점과 집계 기준에 따라 수치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므로 정확한 최신 수치는 확인 필요합니다.)

 

한쪽에서는 1년 이상 머무는 인력을 4만 명 가까이 줄이고, 다른 쪽에서는 8개월짜리 인력을 2만 명 늘렸습니다. 이 조합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필요는 인정하되 정주는 최소화하겠다는 것. 계절근로자는 정주하지 않고, 가족을 데려오지 않고, 주민등록에 남지 않습니다.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형태의 노동력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농촌의 실제 필요와 맞느냐입니다. 8개월 뒤 돌아가는 사람은 다음 해 다시 처음부터 배웁니다. 농가는 매년 새 사람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건 수확기 일손만이 아니라 학교에 다닐 아이와 상가를 이용할 주민이기도 합니다. 광역형 비자 개편에서 가족 동반을 강조한 것과 계절근로자를 늘린 것은 같은 정부 안에서 서로 다른 답을 내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두 제도가 겨냥하는 대상이 다르니 모순이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만, 전체 그림이 하나로 정렬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총량제는 왜 매력적이고, 왜 위험한가

숫자로 관리하자는 주장에는 진지한 논거가 있습니다.

 

주택이 대표적입니다. 캐나다는 2026~2028년 이민 계획에서 신규 임시체류자를 2025년 67만3,650명에서 2026년 38만5,000명으로 43% 줄이기로 했습니다. 유학생은 30만5,900명에서 15만5,000명으로 반토막입니다. 명분은 주택과 공공서비스였습니다. 인구가 갑자기 늘면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고, 병원 대기가 길어지고, 학교 교실이 모자랍니다. 그 부담은 이민자 본인에게도 돌아갑니다. 흥미로운 건 캐나다가 영주권 목표는 연 38만 명으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오래 머물 사람은 그대로 받고, 임시로 머물 사람만 줄인 겁니다. 정착 없는 유입이 사회적 마찰을 더 키운다는 판단이겠죠.

 

또 하나는 예측 가능성입니다. 지자체가 학교 증설이나 통역 인력 배치를 계획하려면 몇 명이 올지 알아야 합니다. 상한선은 계획을 가능하게 합니다. 일본 작업반이 국적별·연령별·체류자격별로 추계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 맥락입니다.

 

반대 논거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수요가 숫자보다 빠릅니다. 일본 외식업 사례가 그 증거입니다. 5년 치를 2년 만에 써버렸습니다. 상한선은 정하는 순간 낡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상한이 걸리면 그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지하로 갑니다. 정규 경로가 막히면 미등록 체류나 형식만 다른 편법 고용이 늘어나는 건 여러 나라가 겪은 일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호입니다. 총량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이미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관리 대상"이라는 메시지가 갑니다. 일본에서 영주권 요건 강화 소식에 사람들이 격하게 반응한 건 요건 자체보다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숙련된 인력일수록 선택지가 많습니다. 대만, 호주, 독일이 같은 사람을 원하고 있습니다. 문턱을 높인 나라가 얻는 건 '더 나은 이민자'가 아니라 '더 적은 지원자'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한선은 종종 정치적 상징으로 소비됩니다. 실제 노동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숫자가 정해지고, 그 숫자를 지키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는 순간 정책은 현실과 분리됩니다. 반대로 상한선 없이 유입만 늘리다 사회적 수용성이 무너진 사례도 유럽 여러 나라에서 봤습니다. 어느 쪽도 쉬운 답은 아닙니다.

한국에 남는 질문

한국은 이미 이 논의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다만 총량제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이죠. 고용허가제 쿼터, 광역형 비자 쿼터, 계절근로자 배정 — 전부 숫자 관리입니다. 일본이 이제야 공식 회의체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을, 한국은 20년째 실무로 해오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마주한 질문은 "총량을 정할 것인가"가 아니라 "정한 숫자를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지금 한국 제도의 특징은 입구는 촘촘하고 출구는 흐릿하다는 점입니다. 몇 명을 어느 업종에 넣을지는 매우 세밀하게 정하지만, 그 사람이 5년 뒤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계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구직(D-10)에서 취업비자(E-7)로 자격을 바꾼 사람이 2021년 1,528명에서 2025년 3,090명으로 두 배 늘었다는 통계는 반가운 신호지만, 유학생 규모를 생각하면 여전히 작은 숫자입니다. 법무부가 올해 4월 민관 합동 '외국인 유학생 비자제도 개선 협의회'를 만들어 9월 최종보고를 준비 중인 것도 이 구멍을 인식했기 때문일 겁니다.

 

대만이 6년 근속자에게 체류 제한을 풀어준 것, 일본이 전적 제한을 완화하며 육성취로로 넘어가는 것, 한국이 광역형 비자에서 배우자 취업을 허용한 것.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몇 명을 넣을까'보다 '어떤 사람이 남을 수 있게 할까'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순환시키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매번 다시 가르치고, 매번 다시 적응시키고, 매번 다시 통역을 붙여야 합니다. 그 비용은 장부에 잘 안 잡히지만 현장에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잊기 쉬운 사실 하나.

총량을 정하든 정하지 않든, 결국 사람은 선택할 수 있는 쪽으로 갑니다. 한국이 8만 명을 부르기로 했다고 해서 8만 명이 오는 게 아닙니다. 대만이 임금을 올리고 일본이 정착 경로를 손보는 동안, 지원자들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숫자를 정하는 쪽의 협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아마 각국 담당자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을 겁니다.

 

8월의 회의실과 보도자료들은 서로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문제 앞에 서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가 노동력은 필요하고 변화는 두려울 때, 어디쯤에서 균형을 잡을 것인가. 오하시 교수의 작업반이 내년 3월까지 어떤 숫자를 내놓을지, 그리고 그 숫자가 도쿄의 라멘집 주방과 전북의 부품공장에서 어떻게 번역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 이민 논쟁은 국경이 아니라 표 위에서, 훨씬 조용하고 훨씬 기술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거라는 것. 조용하다고 해서 영향이 작은 건 아니고요.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