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31일, 경남 양산에서 기온이 41.4도까지 올랐습니다. 대한민국 기상 관측 이래 일최고기온 1위 기록입니다. 일부 지역의 월평균 기온은 유난히 더웠던 2018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높았습니다.
같은 시기 유럽도 극심한 더위를 겪었습니다. 2026년 5월 하순부터 벨기에,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체코, 덴마크, 스페인, 영국에서 기온 기록이 잇따라 경신됐습니다. 일부 분석에서는 2026년에 측정된 기온이 1779년 이후 남아 있는 기상 기록 전체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더웠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입니다. 폭염은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농작물 수확량을 줄입니다. 기후 변화로 강수 패턴이 불안정해지고 폭염이 잦아지면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옥수수 수확량이 약 24퍼센트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도 제시됩니다. 밀과 쌀 같은 주요 곡물도 생산성 저하가 우려됩니다. 기후 문제가 먼 미래의 환경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의 식량 가격과 물가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폭염은 에너지 문제와 직결됩니다. 더우면 에어컨을 켭니다. 전력 수요가 치솟습니다. 전력 수요가 치솟는 시간대에 발전소를 더 돌리려면 대개 가스나 석탄을 씁니다. 그러면 온실가스가 더 나옵니다. 더워서 배출이 늘고, 배출이 늘어 더 더워지는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전력 수요를 밀어 올리는 새로운 요인이 나타났다
에어컨보다 더 구조적인 변수가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입니다.
숫자를 보면 규모가 실감 납니다.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565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5년의 447테라와트시보다 26.4퍼센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가상화폐 관련 산업을 합치면 2026년 전기 소비량이 1,000테라와트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2년의 두 배 수준입니다.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약 2.1퍼센트에서 2026년 4.4퍼센트로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는 추정했습니다.
테라와트시라는 단위가 낯설 수 있는데, 1테라와트시는 대략 일반 가정 수십만 가구가 1년간 쓰는 전기에 해당합니다. 565테라와트시면 웬만한 중견 국가 전체가 쓰는 전기와 맞먹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쓸까요.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려면 고성능 반도체 수만 개를 동시에 돌려야 합니다. 이 반도체들은 전기를 많이 먹고 그만큼 열을 많이 냅니다. 그래서 냉각에 또 전기가 들어갑니다. 데이터센터 전력의 상당 부분이 계산이 아니라 열을 식히는 데 쓰입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인공지능 경쟁의 새로운 병목이 반도체 공급이 아니라 전력이라고 진단합니다. 돈을 주고 칩을 사도 그 칩을 돌릴 전기와 그 전기를 끌어올 송전망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전기를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여기서 현실적인 딜레마가 생깁니다. 온실가스는 줄여야 하는데 전력 수요는 급증합니다.
업계에서 제시되는 시간표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단기, 그러니까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액화천연가스를 쓰는 연료전지와 가스터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 빠르게 지을 수 있고 필요할 때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전력망 연결이 지연되자 데이터센터 부지에 직접 천연가스 발전 설비를 두는 프로젝트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중기, 2028년부터 2032년 사이에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의 조합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에너지저장장치는 흔히 배터리를 떠올리면 되는데, 태양광이 넘치는 낮에 전기를 담아뒀다가 해가 진 뒤 꺼내 쓰는 장치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의 가장 큰 약점이 필요할 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인데, 저장장치가 이 약점을 메워 줍니다.
원자력도 논의 대상입니다.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고 날씨와 무관하게 일정하게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이 데이터센터가 원하는 조건과 잘 맞기 때문입니다. 다만 건설 기간이 매우 길고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이 논쟁은 나라마다 정치적 맥락과 얽혀 있어 기술만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요금 체계가 바뀌기 시작했다
전력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는 발전소를 더 짓는 것 말고 다른 길도 있습니다. 쓰는 시점을 옮기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2026년에 실제로 시작된 변화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4월 13일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개편안을 발표하고 4월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핵심은 태양광 발전이 넘치는 낮에는 요금을 싸게, 수요가 몰리는 저녁에는 비싸게 받는 구조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이 필요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태양광 설비가 늘면서 맑은 날 낮에는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남는 전기를 버려야 하는 일까지 생깁니다. 반면 해가 진 뒤 저녁에는 태양광이 멈추는데 사람들이 집에 돌아와 전기를 많이 씁니다. 이 시간에 전기가 가장 부족합니다. 요금 차이를 두면 공장이나 전기차 충전처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수요가 낮으로 옮겨 갑니다. 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고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적용 순서는 단계적입니다. 2026년 4월 16일부터 산업용 일부와 전기차 충전요금에 먼저 적용됐고, 일반용과 교육용은 6월 1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가정용은 아직입니다. 시간대별로 요금을 매기려면 전기를 언제 얼마나 썼는지 시간 단위로 측정하는 계량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스마트 계량기 보급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정용은 기존의 3단계 누진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미정입니다.
요금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여기서 사회적 논쟁이 하나 붙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대량으로 쓰면서 발생하는 비용, 특히 송전망 확충 같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입니다.
한쪽에서는 전기를 많이 쓰는 쪽이 그에 맞는 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정 지역에 대형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그 지역에 새 송전선과 변전소가 필요한데, 그 비용을 전체 전기요금에 녹여 모든 국민이 나눠 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다른 쪽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공지능 관련 시설을 유치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요금 부담을 과도하게 지우면 기업들이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각국이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이 주장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한국의 특수한 사정도 있습니다. 발전소는 주로 해안 지역에 있고 전력 소비는 수도권에 몰려 있어 먼 거리를 송전해야 합니다. 송전선이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 반발도 오랜 문제입니다. 데이터센터를 발전소 근처에 짓도록 유도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개인 차원에서 달라지는 것들
이런 변화가 일상에 어떻게 닿을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기차를 타는 사람이라면 충전 시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구조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낮 시간대에 충전하면 유리한 방향이므로, 충전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가정용 요금은 아직 기존 누진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스마트 계량기가 보급되면 언젠가 시간대별 요금이 도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때가 되면 세탁기나 식기세척기처럼 시간을 미룰 수 있는 가전을 요금이 싼 시간에 돌리는 것이 실질적인 절약 방법이 됩니다. 예약 기능이 있는 가전을 고를 때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폭염 대응은 개인의 절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다만 냉방을 아예 참는 것은 건강에 위험합니다. 특히 고령층에게 폭염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 요금을 아끼려다 건강을 해치는 선택은 피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나 에너지 바우처 같은 지원 제도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몇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가정용 시간대별 요금제의 도입 시기와 스마트 계량기 보급 속도입니다. 둘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발전 설비 확충 계획이 실제 어떤 조합으로 짜이는지입니다. 재생에너지와 가스, 원자력의 비중이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향후 수십 년의 배출량과 요금을 좌우합니다. 셋째, 송전망 확충 비용 부담 방식에 대한 제도적 결정입니다. 넷째, 폭염이 반복될 경우 여름철 전력 수급이 어떻게 관리되는지입니다.
마무리하며
2026년 여름은 두 가지 숫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양산의 41.4도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565테라와트시입니다. 하나는 기후 변화의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배출을 더 늘릴 수 있는 원인입니다. 이 둘이 같은 해에 나란히 기록됐다는 것이 지금 에너지 정책이 처한 딜레마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온실가스는 줄여야 하고 전기는 더 필요합니다. 이 모순을 푸는 데 정답은 없고, 각국이 서로 다른 조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요금 체계를 바꿔 수요를 옮기는 것도 그 시도 중 하나입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요금 제도가 바뀌면 그에 맞춰 생활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비용과 배출을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 인용한 전망치는 기관별 추정이며 실제 수치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신 자료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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