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80세 룰라의 역전승, 그리고 하루 만에 증발한 브라질 증시 14%

Project2050 2026. 10. 2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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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10시, 거래가 멈췄다

10월 26일 월요일, 상파울루 증권거래소의 모니터가 빨갛게 물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래가 멈췄습니다. 브라질 거래소 B3가 오전 10시쯤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한 겁니다. B3 규정상 대표 지수인 이보베스파(Ibovespa)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 떨어지면 30분간 거래가 중단됩니다. 그 전까지 브라질 역사에서 대통령 선거가 증시 거래를 멈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서킷브레이커 자체도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30분 뒤 거래가 재개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장중 낙폭은 17.34%까지 커졌고, 종가는 13.88% 하락한 176,608포인트였습니다. 하루 만에 28,474포인트가 사라졌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하루 기준으로 가장 큰 폭락입니다. 외환시장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헤알화는 장중 달러당 12.37% 떨어졌다가 8.21% 하락한 5.40헤알로 마감했습니다. 재무부는 예정돼 있던 국채 입찰을 취소했고, JP모건은 룰라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브라질 헤알화와 국채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렸습니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브라질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인 EWZ는 19% 빠졌고, 이보베스파 종목 가운데 8개는 하루에 40% 넘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브라질 시장이 룰라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집권했고, 2023년부터 다시 대통령이었습니다. 지금껏 4년을 룰라 밑에서 거래해 온 시장이 왜 '룰라 4기'를 보고 이렇게 놀랐을까요.

이유 하나: 시장은 다른 사람이 이긴다고 베팅했다

답의 첫 조각은 '놀라움'에 있습니다. 10월 4일 1차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47.03%를 얻어 45.16%의 룰라를 앞섰습니다. 시장은 이 결과를 보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재정 긴축을 할 사람이 이긴다, 그러니 사라. 1차 투표 이후 3주 동안 이보베스파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결선 전 금요일 종가는 1차 투표 전보다 7% 가까이 높았습니다. 헤알화도 5% 가까이 강세였습니다.

그리고 10월 25일 일요일, 룰라가 51.79%(6,426만 표) 대 48.21%(5,983만 표)로 뒤집었습니다. 브라질 역사상 1차에서 진 후보가 결선에서 이긴 첫 사례입니다. 81세 생일을 이틀 앞둔 날이었습니다. AW캐피털의 가브리엘 마그누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놀라운 건 자산 가격의 반응이 아니라 선거 결과 자체라고. 한 애널리스트는 가격 책정의 명백한 비대칭이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보우소나루 승리는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었고, 룰라 승리 위험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시장은 3주 동안 '보우소나루 프리미엄'을 쌓아 올렸고, 월요일 아침에 그 프리미엄을 한꺼번에 토해 냈습니다. 14% 폭락 중 상당 부분은 룰라에 대한 공포라기보다, 사라진 기대에 대한 청산이었습니다.

이유 둘: '재정'이라는 단어

둘째 조각은 돈입니다. 투자자들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를 선호한 이유는 그가 재정적으로 더 책임 있고 공공 재정을 조정할 수 있는 후보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룰라 쪽에는 선거 기간 쏟아진 공약이 있습니다. 한 애널리스트의 표현을 빌리면, 브라질 자산은 보우소나루 아래의 재정 건전화 대신 주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한 룰라의 선거 공약과 씨름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선거 운동 중 룰라가 사회 지출 확대 발표를 쏟아낸 것을 두고 권력 남용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브라질 시장이 왼쪽 정부를 두려워하는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02년 룰라가 처음 당선될 때도 시장은 더 왼쪽인 정부를 두려워하며 요동쳤습니다. 당시 룰라는 '브라질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장을 달랬고, 결과적으로 그의 1기는 원자재 호황과 맞물려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시기 중 하나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시선은 한 곳으로 모입니다. 룰라가 누구를 재무장관으로 앉히느냐입니다. 월요일의 폭락은 "말해 봐라, 듣고 있다"는 시장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이유 셋: 헤알화가 무너지면 금리가 묶인다

셋째 조각은 환율과 금리의 연쇄 작용입니다. 헤알화가 약해지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그만큼 브라질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릴 여지가 줄어듭니다. 이날 선물 금리가 급등하고 장기 국채가 약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56년 만기 국채는 3센트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 후퇴'는 그 자체로 주가 하락 요인입니다. 폭락은 주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식·환율·금리가 서로를 끌어내리는 3중 연쇄였습니다.

흥미로운 예외가 있습니다. 철광석 수출업체 발레(Vale)는 이날 4.26% 올랐습니다. 헤알화가 약해지면 달러로 버는 수출 기업은 오히려 이득을 보기 때문입니다. 한 분석가는 강한 원자재 수입이 헤알화를 어느 정도 지지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시장이 룰라 자체를 '매도'한 게 아니라, 재정 리스크에 노출된 종목을 골라서 팔았다는 증거입니다.

이유 넷: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패자

넷째 조각은 정치입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과 무효화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 시장은 이 장면을 기억합니다. 2022년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도 룰라에게 패한 뒤 결과를 거부했고, 그때 해외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었습니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재정 공약보다 더 나쁜 종류의 불확실성입니다. 숫자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룰라는 의회에서 보수 세력이 압승한 상황에서 통치해야 합니다.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도 어려운 대통령, 승복하지 않는 상대 후보, 그리고 재정 확대 공약. 월요일 아침 투자자들이 본 것은 이 세 가지가 겹친 그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폭락은 얼마나 무서운가

마지막으로 숫자를 다시 봅시다. 이보베스파는 하루에 13.88% 빠졌지만, 10월 한 달로 보면 5.22% 하락이고 올해 들어서는 여전히 9.61% 상승입니다. 종가 176,608포인트는 올해 6월 이후 최저치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넉 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기도 합니다. 폭락의 크기가 역사적이었던 이유는 룰라가 역사적으로 위험한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그 직전 3주의 상승이 역사적으로 가팔랐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시장은 룰라를 두 번 겪었고, 두 번 다 처음엔 두려워했습니다. 이번엔 세 번째입니다. 서킷브레이커는 30분짜리였지만, 시장이 룰라 4기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재무장관 이름이 나오는 날, 그리고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날 결정될 겁니다. 월요일의 14%는 결론이 아니라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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