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채우는 상식] 한강의 채식주의자, 유해도서로 분류?

 

1. 사건 개요: 채식주의자의 유해 도서 논란

2023년, 경기도교육청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일부 문학 작품을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도서로 지정하고, 일부 학교에서 이를 폐기하도록 권고한 사건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조치는 성교육 관련 도서들 중 청소년에게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500여 권을 대상으로 했으며,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문학 작품들도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입니다.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사회적 억압을 다룬 이 소설은, 문학적 가치와 예술성을 인정받아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이 이 작품을 '유해 도서'로 지정한 것은 예술적 가치를 무시한 행정적 조치로 간주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은 작품이 갖는 문학적 의미와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2. 논란의 배경: 성교육 도서와 문학적 가치의 충돌

경기도교육청은 특정 성적 내용이 청소년들에게 부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일부 도서를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2022년 말, 교육청은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은 성적 내용을 담고 있는 도서"라는 이유로, 각 학교에 성교육 관련 도서 폐기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채식주의자, 최진영의 구의 증명,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와 같은 문학 작품들이 포함되었고, 이는 문학계와 교육계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채식주의자가 유해 도서로 분류된 이유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사회적 갈등을 다루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본능과 억압된 욕망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청소년들에게 부적절하다는 판단 아래, 교육청은 해당 도서를 유해 도서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나 문학계는 이 같은 결정이 작품의 본질적 가치와 사회적 메시지를 간과한 행정적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3.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의 충돌

이 논란은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 사이의 충돌을 드러냈습니다. 문학계와 독자들은 채식주의자가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억압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다룬 작품으로, 이를 단순히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문학 작품을 평가할 때 사회적 규범을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습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 논란에 대해, 청소년에게 적절한 도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성적 내용을 포함한 도서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청 측은 도서 폐기 결정이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각 학교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 것이며, 선정성 논란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치가 예술적 표현을 억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4. 사건의 영향과 문학계의 반응

채식주의자의 유해 도서 지정 논란은 국내 문학계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예술적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학계와 사회적 규범을 중시하는 일부 교육 정책 간의 긴장 관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이 논란은 더욱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이런 작품을 유해 도서로 분류한 것은 국제적 기준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문학계에서는 채식주의자와 같은 작품이 학생들에게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청소년 독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은 문학 작품의 사회적 영향력과 교육적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5. 결론: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기준 사이의 갈등

채식주의자의 유해 도서 지정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 문학의 역할과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결정은 사회적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지만, 문학적 가치를 경시한 채 예술적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문학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 작품에 대한 국내적 평가와 국제적 평가 간의 간극을 드러내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 논란은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고민을 던졌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는 문학과 예술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에서 계속 논의될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사건을 통해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청소년 독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