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렌 버핏은 94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세계 금융시장을 흔드는 투자자로 꼽힌다. 그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13F 보고서는 매 분기마다 공개될 때마다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이번 2025년 2분기 보고서에서 드러난 변화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버핏은 오랜 기간 ‘애플 신봉자’라 불릴 만큼 애플 주식에 무게를 두었지만, 최근 들어 지분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동시에 예상 밖의 종목, 바로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Group)**라는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에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1. 버핏과 애플: 2016년부터 시작된 ‘황금 투자’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6년 애플에 약 400억 달러를 투자하며 당시 회의적이던 시장의 반응을 뒤집었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론이 대두되던 시기였지만, 버핏은 애플을 단순한 전자기기 제조사가 아닌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재 기업”으로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옳았다. 애플 주가는 수년간 상승세를 이어가며 버크셔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술주 랠리 속에서 애플은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단연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2021~2022년 사이 애플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40%를 넘나들었고, 2023년에도 여전히 가장 큰 투자처였다.
2. 애플 지분 축소: 구체적인 현황
2025년 2분기, 버크셔는 애플 주식 2000만 주를 매도했다. 그 결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의 비중은 1분기 25.76%에서 2분기 22.31%로 낮아졌다. 비록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점진적 감축 기조는 분명해 보인다.
사실 지분 축소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2024년 말, 일부 투자자들은 버크셔가 3억 주 수준에서 보유를 유지하며 “감축이 일단락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다시 매각이 확인되면서, 단순한 이익 실현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재편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3. 애플 매도의 배경
버핏이 왜 ‘사랑하던’ 애플을 줄이고 있을까? 몇 가지 배경이 지적된다.
a. 단기 성장 둔화 우려
애플은 최근 아이폰 판매 성장세가 정체되고, 신제품 혁신 동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웨어러블, 서비스 부문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시장은 과거 같은 폭발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b. 규제 리스크 확대
미국과 유럽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앱스토어 수수료, 개인정보 정책, 독점적 행태 등은 모두 불확실성 요인이다. 버핏이 장기적 안정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런 리스크는 매력도를 떨어뜨린다.
c.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필요
애플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도 이유다. 특정 종목이 전체의 30~40%를 차지한다는 것은 분산투자 원칙에서 벗어난 구조다. 버핏은 안정적 배당과 성장성을 겸비한 다른 섹터로 자금을 분산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4. 새로운 선택: 유나이티드헬스
버핏이 새롭게 눈길을 돌린 곳은 다름 아닌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이다. 버크셔는 2025년 2분기 기준 약 15억 7000만 달러, 한화로 약 2조 2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버크셔 포트폴리오 내 18번째로 큰 비중이다.
a. 유나이티드헬스의 현재 상황
유나이티드헬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약 46%나 급락했다. 원인은 의료비 지출 증가, 보험금 지급 확대, 법무부 조사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회사 CEO가 피살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되었다.
b. ‘저가 매수’ 기회 포착
버핏 특유의 가치투자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언제나 “남들이 두려워할 때 사라(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시장의 불안으로 급락했지만, 본질적으로 미국 내 의료보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기업이다. 버핏은 이 ‘공포 국면’을 매수 기회로 본 것이다.
c. 비밀 매수 요청
흥미로운 점은 버크셔가 유나이티드헬스를 꾸준히 매입하면서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규제당국에 ‘비밀 매수’를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버핏이 단순히 단기 매매가 아닌, 장기 보유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5. 동참한 큰손들: 마이클 버리 등
버핏만 유나이티드헬스를 매입한 것은 아니다. ‘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 역시 콜옵션과 보통주를 매수하며 동참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내는 데 특화된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합류는 유나이티드헬스에 대한 시장 신뢰 회복 신호로 작용했다. 실제로 투자 소식이 전해진 뒤 장외시장에서 주가는 13% 넘게 급등했다.
6. 다른 포트폴리오 변화
이번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의 행보도 함께 드러났다.
- 버핏: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 축소.
- 레이 달리오(브리지워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우버 등 빅테크 비중 확대.
- 스탠리 드러켄밀러: 도큐사인, TSMC, 쿠팡 지분 추가.
이 흐름은 기술주 중심의 성장주와 전통적 가치주 사이에서 투자자들이 균형을 재조정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7. 전략적 의미
버핏의 행보는 몇 가지 투자 원칙을 다시 상기시킨다.
- 집중된 포트폴리오도 조정이 필요하다 – 애플 비중을 줄여 리스크를 완화.
- 위기 속 기회를 본다 – 악재로 급락한 유나이티드헬스를 장기적 가치로 평가.
- 장기적 시각 – 단기 실적보다는 산업 구조와 시장 지배력에 주목.
8. 향후 전망
워렌 버핏은 올해 말 버크셔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후임을 맡을 예정이다. 그의 은퇴를 앞두고 이번 포트폴리오 변화는 단순한 매매 그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후계 체제에서 버크셔의 투자 철학이 어떻게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애플은 여전히 버크셔의 최대 보유 종목이지만, 비중 축소는 분명한 신호다. 반대로 유나이티드헬스 같은 가치주 편입은 버핏의 ‘역발상 투자’ 전형을 보여준다. 앞으로 몇 년간 이 선택이 또 다른 대박 신화로 기록될지, 아니면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평가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결론
워렌 버핏의 애플 매도와 유나이티드헬스 매수는 단순한 종목 교체가 아니다. 이는 포트폴리오 집중 리스크를 완화하고, 위기 속 가치주에 기회를 찾는 투자 철학이 집약된 결정이다. 애플이 여전히 강력한 기업임은 분명하지만, 성장성 둔화와 규제 리스크 속에서 비중을 줄이고, 반대로 의료보험처럼 구조적으로 수요가 보장된 산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이번 변화는 버핏이 늘 강조해온 원칙—“가치에 투자하라, 군중을 따르지 말라”—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는 은퇴를 앞둔 그의 마지막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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