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채우는 상식] 왜 미국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지 않나?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더 구체적인 사례와 이유로 알아보겠습니다.

1. 연방주의와 지역 균형

미국은 각 주가 독립적인 정부 권한을 가진 연방제 국가로 시작했습니다. 미국 헌법이 제정되던 시기에는 주(state)와 연방(federal) 정부 간의 권한 분배가 중요한 논점이었습니다. 당시 각 주는 각기 다른 인구 규모와 경제적 상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인구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면 인구가 많은 주들이 지나치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사례:

• 작은 주와 큰 주 간의 갈등: 예를 들어, 당시 인구가 많은 버지니아주와 상대적으로 작은 델라웨어주는 연방정부 내에서의 영향력에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만약 대통령 선거가 인구에 따라 결정되었다면 델라웨어와 같은 작은 주는 거의 발언권을 가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 상원과 하원에서의 균형: 헌법 제정자들은 주별 인구에 따른 대표자를 뽑는 하원과, 주마다 2명의 상원의원을 두어 각 주가 동등한 대표권을 가지는 상원을 통해 균형을 맞췄습니다. 대통령 선거인단도 이 원칙을 반영하여 주별 선거인 수를 하원과 상원 의석수를 합한 수로 정해, 작은 주와 큰 주가 균형 있게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 민주적 불신과 엘리트주의

건국 당시 미국은 대규모의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엘리트주의와 간접 민주주의에 기반한 국가를 구상했습니다. 헌법을 만든 사람들, 특히 제임스 매디슨과 알렉산더 해밀턴은 대중이 충분히 정보에 입각해 대통령을 선출하기 어렵다고 믿었고, 대중의 선택을 조정할 수 있는 선거인단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사례:

• 군중 선동에 대한 우려: 헌법 제정자들은 대중이 쉽게 선동될 수 있고, 그에 따라 과격하거나 비도덕적인 인물이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선거인단은 각 주에서 선출된 ‘지혜롭고 신중한’ 사람들로 구성하여 대중의 선택을 검증하고,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번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설정되었습니다.
• 알렉산더 해밀턴의 견해: 해밀턴은 《페더럴리스트 페이퍼》(Federalist Papers)에서 "군중이 선동에 휘둘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거인단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선거인단을 통해 더 책임감 있고 균형 잡힌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습니다.

3. 노예제와의 타협

미국 건국 당시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 사회적 구조는 매우 달랐습니다. 남부는 농업 중심으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노예제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따라서 남부 주는 많은 인구가 투표권이 없는 노예로 구성되어 있어, 인구만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남부가 북부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우려가 있었습니다.

사례:

• 3/5 타협: 헌법 제정 당시 북부와 남부는 노예 인구를 인구 산정에 포함할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로 ‘3/5 타협’이 이루어져, 각 주의 하원 의원 수와 선거인단 수를 산정할 때 노예 5명을 자유인 3명으로 계산하는 방식이 채택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남부 주는 노예 인구를 일부 포함하여 연방 하원과 대통령 선거인단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남부 주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 예를 들어, 남부의 버지니아는 당시 인구에서 상당 부분이 노예였으나, 3/5 타협 덕분에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선거인단 제도가 노예제를 유지하던 남부 주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보장해주었던 역사적 배경입니다.

4. 정치적 안정성과 다양성 보장

미국은 넓은 영토와 다양한 인구 구성을 가진 국가로, 대통령이 단순히 인구가 많은 지역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는 것을 막고, 전국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선거인단 제도는 각 주를 독립적인 선거 단위로 설정하여 대통령 후보가 다양한 주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사례:

• 전국적 지지 필요: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와 뉴욕 같은 인구가 많은 주의 표만으로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도록, 각 주마다 선거인단을 배정함으로써 후보자가 다양한 주에서 표를 얻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후보자들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유권자와 지역의 요구를 반영하는 캠페인을 펼쳐야 합니다.
• 스윙 스테이트의 중요성: 미국 대선에서는 특정 주가 항상 한쪽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중간중간 표심이 바뀌는 ‘스윙 스테이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와 같은 스윙 스테이트는 선거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며, 대통령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균형 잡힌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선거인단 제도의 취지를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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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의 간접선거 제도는 단순히 대통령을 뽑는 방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방제 국가로서의 특성을 반영하고 지역 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대중의 정치적 성향과 국가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과 이유는 선거인단 제도가 미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역사적, 정치적 유산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