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8일. 정오를 막 넘긴 시간, 미얀마 중부의 대지는 갑작스레 요동치기 시작했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40초간 이어진 그 흔들림은 단순한 지각 변동이 아니었다. 마치 오랫동안 참아온 분노가 폭발하듯, 대지는 스스로를 찢어놓았고 사람들은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채 그것을 마주해야 했다.
이날, 규모 7.7의 강진이 미얀마 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진원의 깊이는 불과 10km, 지표에 가까운 이 얕은 지진은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재난이었다. 수천 채의 건물이 붕괴되었고, 수백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으며, 도로와 교량, 통신망까지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왜 미얀마에서 지진이?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왜 하필 미얀마였을까?” 라고. 하지만 이 질문은 반쯤만 맞다. 더 정확한 질문은, “왜 지금 미얀마였을까?”이다.
미얀마는 지진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나라다. 지도에서 보면, 미얀마는 거대한 두 대륙판 —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 이 충돌하는 경계에 위치해 있다. 그 사이에서 형성된 **'사가잉 단층'**은 미얀마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마치 지구의 상처처럼 누워 있다.
이 사가잉 단층은 오랜 세월 동안 지각 내에 응력을 축적해 왔고, 2025년 3월, 결국 그것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말하자면, 200년 동안 미뤄진 '빚'이 한순간에 터진 셈이었다.
지진의 순간, 그리고 그 이후
강진이 발생한 직후, 수도 네피도와 제2의 도시 만달레이는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인터넷은 끊기고, 전화는 불통. 공항은 폐쇄되었으며, 사람들은 무너진 건물 속에서 스스로를 꺼내야 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교량 붕괴였다. 미얀마의 주요 수송로인 만달레이-사가잉 간의 대형 다리가 무너지면서, 구호물자와 구조 인력의 진입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편, 산악 지대의 마을들은 완전히 고립되었고, 드론과 위성 영상으로만 그 피해가 추정되는 수준이었다.
미얀마, 지진의 역사
지진이 처음이 아니었다. 미얀마는 수세기 동안 지진과 함께 살아온 나라다. 아래는 주요 지진 사례들이다:
1839 | 사가잉 | 약 8.0 | 기록상 최대 피해 |
1930 | 바고 | 7.3 | 500명 이상 사망 |
2012 | 중부 | 6.8 | 수십 명 사망 |
2025 | 만달레이 북부 | 7.7 | 사망자 수천, 인프라 붕괴 |
이처럼 사가잉 단층은 주기적으로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해 왔다. 단층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침묵은 언제나 위험을 품고 있다.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이런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문제는 준비다.
- 내진 건축 기준 강화: 여전히 많은 건물이 벽돌과 모르타르로 지어진 전통 구조다.
-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몇 초의 경고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 지진 대피 교육 및 시뮬레이션: 훈련된 시민은 재난에 강하다.
- 국제적 지원 체계 구축: 미얀마 내 군사 정권의 폐쇄성이 구조 협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에필로그: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이번 미얀마 지진은 단지 하나의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지구의 작은 존재인지, 또 우리가 만든 사회가 얼마나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함께 버틸 수 있는 존재인지를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지는 흔들렸다. 삶도 흔들렸다. 그러나 복구는, 다시 일어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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