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월 3일 꺼낸 카드, 주택 수 대신 집값을 보겠다는 선언
기획재정부는 2026년 8월 3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두 축은 부동산 세제 정상화와 기업 경쟁력 강화인데, 부동산 쪽에서 가장 큰 변화는 종합부동산세를 매기는 기준 자체가 뒤바뀐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집을 몇 채 가졌느냐가 세금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였습니다. 두 채까지는 낮은 세율표를, 세 채부터는 훨씬 높은 세율표를 적용하는 식이었지요.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집을 몇 채 가졌는지를 따지지 않고 가진 집의 총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집에 실제로 살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7월에 부동산 관련 대규모 토론회를 열어 보유세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냈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실제 법안 형태로 내놓은 셈입니다. 이 방향은 오래 붙잡고 있다가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사람보다 실제로 그 집에서 오래 산 사람에게 세금 혜택을 몰아주겠다는 철학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내용은 당장 올해가 아니라 2027년과 202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정부안이라는 점을 먼저 기억해 두셔야 합니다. 국회 심의는 11월까지 이어지므로 최종 확정 내용은 지금 발표된 안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느냐 안 사느냐가 5억원의 차이를 만든다
종합부동산세에는 기본공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집값 중에서 이만큼까지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빼주겠다는 금액입니다. 지금은 1세대 1주택자라면 공시가격 12억원까지 빼줍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금액을 실제로 그 집에 사는 사람과 살지 않는 사람으로 갈랐습니다. 본인이 실제로 거주하는 1주택이라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려주고, 집은 한 채뿐이지만 거기서 살지 않고 전세나 월세를 주고 있다면 오히려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깎습니다. 공시가격 14억원은 시세로 따지면 대략 20억원 안팎이므로, 서울에서 시가 20억원 정도 되는 아파트 한 채에 직접 사는 분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지게 됩니다.
반대로 같은 집을 사놓고 다른 곳에 사는 분은 5억원어치 공제를 더 못 받으니 세금이 붙기 시작합니다. 두 채 이상 가진 분들은 계산이 더 복잡해집니다. 기본 공제액을 4억원으로 낮추되, 가진 집 중에 실제 거주하는 집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최대 5억원까지 얹어주는 방식입니다. 결국 실거주 비중이 높을수록 공제를 많이 받고, 전부 임대만 놓고 있다면 4억원만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한 채든 여러 채든 실제로 사느냐가 세금의 크기를 가른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된 것입니다.
집값의 몇 퍼센트에 세금을 매길까, 60에서 70 그리고 80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어려운 말이 있습니다. 세금을 매길 때 정부가 발표한 집값 전부를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그중 몇 퍼센트만 기준으로 삼겠다고 정해놓은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20억원인데 이 비율이 60퍼센트라면 12억원만 놓고 세금을 계산하는 식이지요. 지금 종합부동산세의 이 비율은 60퍼센트입니다.
개정안은 2027년부터 이 비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립니다. 1세대 1주택자와 지방에 한두 채를 가진 분들은 6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오릅니다. 세 채 이상 가졌거나 조정대상지역에 집이 있는 분들은 2027년에 70퍼센트로 오른 뒤 2028년에 다시 80퍼센트까지 올라갑니다.
이 비율이 10퍼센트포인트 오르면 집값이 그대로여도 세금을 매기는 바탕 금액이 그만큼 커지므로, 공제를 늘려준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됩니다. 여기에 세부담 상한이라는 안전장치도 느슨해집니다. 세부담 상한은 아무리 집값이 올라도 작년에 낸 세금의 몇 배 이상은 못 걷는다고 정해둔 한도인데, 지금 150퍼센트인 이 상한을 200퍼센트로 올립니다. 작년에 300만원을 냈다면 지금은 최대 450만원까지만 내면 됐지만 앞으로는 600만원까지 낼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공시가격이 급등한 지역일수록 이 변화의 체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세율표가 통째로 바뀐다, 첫 타깃은 과세표준 6억에서 12억 구간
세율도 손봅니다. 과세표준이란 앞서 설명한 공제와 비율을 다 적용하고 남은, 실제로 세율을 곱하는 최종 금액입니다. 개정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과세표준 6억원에서 12억원 사이 구간의 세율이 현행 1.0퍼센트에서 1.3퍼센트로 오른다는 점입니다. 그 위 구간인 12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지금 1주택과 2주택 기준 1.3퍼센트인데, 2027년에 1.5퍼센트로 오르고 2028년에는 2.0퍼센트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2028년부터는 주택을 몇 채 가졌는지와 관계없이 과세표준 구간별로 0.5퍼센트에서 5.0퍼센트에 이르는 하나의 세율표만 적용하게 됩니다.
지금처럼 1주택자 세율표와 다주택자 세율표가 따로 존재하는 구조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그동안 오래 갖고 있으면 깎아주던 세액공제도 얼마나 오래 갖고 있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그 집에서 살았는지를 기준으로 바뀌고,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에 한도가 생깁니다. 2027년에는 800만원, 2028년 이후에는 600만원이 한도입니다. 참고로 땅에 매기는 세금도 함께 강화되어 사업에 쓰지 않는 토지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3퍼센트에서 4퍼센트로 오릅니다.
시가 20억, 30억, 40억짜리 집은 각각 어떻게 달라지나
숫자만 나열하면 감이 오지 않으니 구간별로 나눠 보겠습니다. 시세 20억원대에서 30억원대 초반까지의 실거주 1주택은 오히려 세금이 줄어드는 쪽입니다.
기본공제가 14억원으로 늘어난 덕분에 과세 문턱 아래로 내려가거나, 걸리더라도 부담이 가벼워집니다. 실제로 한 분석에서는 시가 30억원짜리 집에 직접 사는 1주택자의 종부세가 세액공제를 적용하기 전 기준으로 2026년 276만원에서 2028년 이후 234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드는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시세 30억원대 후반에서 40억원 사이는 공제 확대와 비율 인상, 세율 인상이 서로 상쇄되어 변화가 크지 않은 구간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시세 40억원에서 50억원을 넘어가는 초고가 구간입니다. 여기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상위 구간 세율 인상 효과가 공제 확대분을 훨씬 웃돌아 부담이 뚜렷하게 커집니다. 반면 같은 집이라도 본인이 살지 않고 세를 준 1주택이라면 공제가 9억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시가 15억원 안팎에서도 종부세를 새로 내게 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다주택자 역시 공제가 4억원부터 시작하는 데다 2028년 공정시장가액비율 80퍼센트가 적용되면 체감 부담이 계단식으로 올라갑니다. 다만 개인별 정확한 세액은 공시가격, 지분, 세액공제 적용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개별 사례의 정확한 최신 수치는 확인 필요합니다.
재산세는 그대로인데 왜 체감은 늘었을까, 공시가격 18.67퍼센트의 위력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 지점이 있습니다. 종부세는 나라에 내는 세금이고, 재산세는 시군구에 내는 세금이라 소관 부처도 법도 다릅니다. 2026년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3억원 이하 43퍼센트,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 44퍼센트, 6억원 초과 45퍼센트로 지난해 수준이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다주택자와 법인은 60퍼센트가 적용됩니다. 비율은 그대로인데도 올해 고지서를 받고 놀란 분이 많았던 이유는 그 비율을 곱하는 바탕인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9.16퍼센트 올랐는데, 서울만 떼어놓고 보면 18.67퍼센트로 두 배가 넘습니다. 서울을 뺀 나머지 지역은 3.37퍼센트에 그쳐 격차가 극심했습니다. 자치구별로는 성동구가 29.04퍼센트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강남구 26.05퍼센트, 송파구 25.49퍼센트, 서초구 22.07퍼센트가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대구는 마이너스 0.76퍼센트, 광주는 마이너스 1.25퍼센트로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정부가 정한 현실화율은 4년째 69퍼센트로 묶여 있으니 정책적으로 세금을 더 걷으려 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시세가 오른 결과가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그 여파로 공시가격 12억원을 넘는 가구는 약 48만7천여 가구로 전년보다 17만 가구가량 늘었습니다.
전세보증금에도 세금이 붙기 시작했다, 2026년부터 달라진 임대소득 과세
보유세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빠지는 것이 임대소득세입니다. 집을 세놓고 받는 월세에는 원래 세금이 붙습니다. 그런데 전세는 매달 받는 돈이 없으니 대신 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뒀다면 이자를 받았을 것이라고 가정해 그 가상의 이자에 세금을 매깁니다. 이것을 간주임대료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는 부부 합산 세 채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증금 합계가 3억원을 넘을 때만 이 세금을 냈습니다. 그런데 2026년 귀속분부터는 대상이 넓어졌습니다. 두 채를 가지고 있더라도 두 채 모두 기준시가가 12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이고 받은 보증금 합계가 12억원을 넘으면 간주임대료 과세 대상에 들어갑니다. 실제 계산할 때는 보증금 합계에서 3억원을 뺀 금액에 정기예금 이자율을 반영해 소득을 산출하고, 이를 주택임대소득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서울 강남권이나 마용성 일대에 아파트 두 채를 두고 전세를 놓아온 분들은 그동안 세 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세금과 무관했지만 이제는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종부세가 오르는 데다 임대소득세까지 새로 붙으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보증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여야는 정면충돌, 시민단체는 변죽만 울렸다고 평가했다
발표 직후 정치권은 곧바로 둘로 갈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성장과 민생을 위한 조세 정상화라며 개편안을 옹호했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세금 폭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공정과세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 부담만 키우는 조세 강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야당이 특히 파고드는 지점은 집주인에게 세금을 더 물리면 결국 그 부담이 전월세 가격으로 옮겨가 세입자가 떠안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 역시 이번 안에 만족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참여연대는 변죽만 울린 세제개편안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실제 부담이 늘어나는 대상이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고가 아파트를 가진 일부 다주택자에 지나치게 몰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1주택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린 탓에 시가 20억원대 고가주택도 세금을 내지 않게 되면서, 더 비싼 집에 사는 거주 1주택자가 그보다 싼 집을 가진 비거주 1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보다 세금을 덜 내는 역전 현상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이 개편이 여러 이해관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설계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회 심의는 11월까지 이어지므로 세율과 공제 금액은 최종 통과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 집을 가진 사람이 챙겨야 할 것
정리하면 이번 보유세 개편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실제로 살고 있는 집 한 채는 지켜주되, 살지 않는 집과 아주 비싼 집에는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입니다.그래서 지금 확인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내가 가진 집이 몇 채인가가 아니라 그중 내가 실제로 주민등록을 두고 사는 집이 어느 것인가입니다.
두 번째는 내 집의 공시가격이 14억원 선에 얼마나 가까운지입니다. 이 선을 기준으로 세금 유무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전세를 놓고 있다면 보증금 합계가 12억원을 넘는지, 그 집들이 기준시가 12억원을 넘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다만 지금 발표된 것은 어디까지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안이고 대부분 2027년과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됩니다. 올해 당장 세금이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서둘러 집을 처분하거나 명의를 바꾸기보다는 국회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취득세를 비롯한 지방세는 국세인 종부세와 소관이 다르고 별도의 지방세제 개편 절차를 거치므로, 이 부분의 2026년 하반기 구체적 개편 내용은 정확한 최신 수치는 확인 필요합니다. 세금은 결국 시간표 싸움입니다. 언제 무엇이 바뀌는지 달력에 표시해 두는 것만으로도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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