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수도 베이징은 단순히 ‘정치의 중심지’가 아니다. 3천 년 넘는 시간 동안 쌓인 역사의 무게는 그대로 음식에도 배어 있다. 단순히 한 끼를 먹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씹는 것 같은 느낌. 베이징 여행에서 꼭 경험해야 할 음식 5가지를 소개한다. 이건 그냥 추천이 아니라, 이 도시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 1. 北京烤鸭 (베이징 카오야) – 오리지널 북경오리
베이징에서 ‘카오야’를 먹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직 베이징에 온 게 아니다.
북경오리는 그저 오리구이가 아니다. 껍질은 종이처럼 바삭하고, 고기는 부드럽고 촉촉하다. 일반적으로 얇은 전병에 오리고기와 오이, 파를 얹고, 달콤한 해선장(호이신 소스)을 더해 돌돌 말아 먹는다.
어디서 먹을까?
- 全聚德(취엔쥐더): 150년 전통의 카오야 명가. 관광객 많지만 분위기 있다.
- 大董(다동): 얇고 고급스러운 스타일. 가격대 있지만 맛과 서비스는 확실.
팁: 껍질만 따로 먹는 코스부터, 오리 뼈로 끓인 국물까지 전체 코스로 즐기는 게 정석이다.
🥢 2. 炸酱面 (자장면) – 한국 자장면과는 다르다
중국식 자장면은 한국 자장면과 완전히 다르다. 춘장 같은 소스가 아니라, 돼지고기와 된장, 간장, 마늘, 생강을 볶아 만든 진한 고기된장 소스를 얹는다. 면은 수타면처럼 탱탱하고 쫄깃하며, 오이채, 무채, 콩나물 등 다양한 고명이 함께 나온다. 고명을 섞는 그 순간부터 ‘베이징의 점심’이 시작된다.
어디서 먹을까?
- 海碗居(하이완쥐): 베이징 전통 자장면 전문점. 양도 많고 분위기도 로컬스럽다.
- 작은 식당들에서 10위안 내외로 저렴하게 먹을 수도 있다.
팁: 자장면은 볶는 소리, 면을 말아 먹는 소리, 냄새까지 포함한 ‘경험의 음식’이다.
🥣 3. 豆汁儿 (도우즈르) – 도전자의 음식
이건 솔직히 말하면,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도우즈르’는 녹두로 만든 발효 음료인데, 새콤하고 쿰쿰한 맛이 특징이다. 베이징 토박이들은 아침마다 이걸 마시며 고소한 전병이나 절인 야채와 함께 먹는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된장국물+발효된 청국장’ 느낌이 섞인 맛. 하지만 이걸 마셔봐야 진짜 로컬 음식을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디서 먹을까?
- 姚记炒肝店(야오지 차오간디엔):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
- 护国寺小吃(후궈쓰 샤오츠): 도우즈르 외에 다양한 전통 간식도 함께
팁: 도우즈르는 혼자 마시기보단, 기름기 많은 튀김(焦圈)과 함께 먹으면 중화된다.
🥘 4. 爆肚 (바오두) – 양잡 부위 데쳐먹기
‘바오두’는 양의 위(내장 부위)를 얇게 썰어 끓는 물에 순간적으로 데친 뒤, 참기름+마늘+고추+식초+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신선하지 않으면 절대 낼 수 없는 식감과 향 때문에, 좋은 바오두는 베이징에서만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 그리고 곁들여 나오는 고수의 향이 인상 깊다.
어디서 먹을까?
- 老北京涮肉店(라오베이징 수안로우): 전통 스타일의 바오두와 샤브샤브 제공
- 聚宝源(쥐바오위엔): 허름하지만 현지인 인기 폭발
팁: 바오두는 생으로 먹지 않기 때문에 ‘내장 음식은 비위가…’ 하는 사람도 충분히 도전 가능.
🍢 5. 老北京小吃 (라오베이징 샤오츠) – 베이징 전통 길거리 간식 모음
베이징에는 다양한 ‘작은 간식’(小吃) 문화가 있다. 하루쯤은 아예 점심이나 저녁을 이걸로 해결해보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다음과 같다:
- 驴打滚(뤼다건): 콩고물 묻힌 찹쌀떡
- 艾窝窝(아이워워): 견과류와 말린 과일이 들어간 떡
- 炒肝(차오간): 돼지 간과 창자를 걸쭉하게 끓인 탕
- 糖葫芦(탕후루): 산사나무 열매를 꽂아 설탕 코팅한 길거리 간식
어디서 먹을까?
- 护国寺小吃(후궈쓰 샤오츠): 다양한 베이징 전통 간식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간식 박물관’
🍽️ 마무리하며
베이징의 음식은 그 자체로 역사이고, 문화다. 고급 레스토랑도 좋지만, 골목 안 허름한 가게에서 내주는 뜨거운 자장면 한 그릇, 새벽에 마시는 도우즈르 한 잔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도시의 맛은 세련됨보다 진하고, 화려함보다 꾸밈없는 투박함 속에 있다.
다음 여행에서 이 5가지를 모두 먹어봤다면, 당신은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니다. 베이징이라는 도시와, 조금은 친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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