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뷔페 앞에 다시 줄이 섰습니다
주말에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보신 분이라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한동안 한물갔다는 소리를 듣던 뷔페 매장 앞에 다시 대기 줄이 생겼습니다.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2만원에서 3만원대의 중저가 뷔페는 2026년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퍼센트 늘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누가 가느냐입니다. 예전에는 가족 단위 손님,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 뷔페의 주 고객이었는데 지금은 20대의 선호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뷔페를 두고 촌스럽다거나 음식이 다 비슷하다고 말하던 세대가 오히려 뷔페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됩니다. 하나는 돈입니다. 웬만한 식당에서 밥 한 끼에 1만 5,000원, 여기에 커피 한 잔 더하면 2만원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2만원 내외에 식사와 음료, 후식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뷔페는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때 확실히 유리합니다.
다른 하나는 취향입니다. 뷔페는 남이 정해준 메뉴가 아니라 내가 고른 조합으로 한 끼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오늘 나에게 필요한 걸 내가 골라 담는다는 감각, 이게 요즘 젊은 소비자가 외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애슐리퀸즈 122개 매장이 보여주는 계산법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애슐리퀸즈입니다. 가격은 평일 점심 1만 9,900원, 주말 2만 7,900원입니다. 평일 점심 기준으로 2만원을 넘지 않게 맞춘 것 자체가 전략입니다. 소비자 심리에서 1만원대와 2만원대는 체감 차이가 꽤 크기 때문입니다.
매장 수 변화가 이 브랜드의 성장세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2022년 59개였던 매장이 현재 122개로, 4년 사이에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올해에도 신규 출점과 리뉴얼을 합쳐 12곳을 손보고, 전국 150개 매장에 연매출 8,000억원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애슐리퀸즈 하나가 이랜드이츠 전체 매출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하니, 사실상 회사의 운명이 이 브랜드에 걸려 있는 셈입니다.
다른 브랜드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CJ푸드빌의 빕스는 샐러드바 기준 평일 3만 9,700원으로 조금 더 높은 가격대를 잡고 있는데, 매장은 2022년 25개에서 현재 35개로 늘었고 7월 8일에는 갤러리아 광교점을 새로 열었습니다. 아워홈은 테이크라는 새 뷔페 브랜드를 5월에 종각에서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성인 평일 점심 가격은 2만 3,900원입니다. 하반기에 2호점을 낼 계획입니다. 초밥 뷔페 쿠우쿠우는 평일 점심 약 2만 5,900원에 매장 약 90개를 운영 중이며 올해 9개 정도를 추가로 열 예정입니다. 정리하면 2만원대 초반은 애슐리퀸즈, 2만원대 중반은 테이크와 쿠우쿠우, 4만원 가까운 구간은 빕스가 나눠 갖는 식으로 시장이 층층이 쪼개지고 있습니다.
외식 물가는 2.6퍼센트인데 왜 이렇게 비싸게 느껴질까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통계청이 8월 4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9.77로 1년 전보다 2.8퍼센트 올랐습니다. 6월의 3.2퍼센트보다 0.4퍼센트포인트 낮아지며 4월 2.6퍼센트 이후 석 달 만에 2퍼센트대로 돌아왔습니다. 이 중 외식 물가는 2.6퍼센트 올랐습니다. 숫자만 보면 그렇게까지 무섭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식당에 가면 체감은 전혀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물가 상승률은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올해 2.6퍼센트가 오른 가격은 이미 지난 몇 년간 오를 만큼 오른 가격 위에 붙는 겁니다. 3년 연속으로 3퍼센트씩 오르면 원래 1만원이던 메뉴가 1만 1,000원에 가까워집니다.
둘째,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4.1퍼센트로 훨씬 높았습니다. 미용실, 학원, 세탁처럼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지출이 더 크게 오르니 상대적으로 외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셋째, 평균은 평균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품목은 내리고 어떤 품목은 크게 오르는데, 7월만 봐도 경유가 21.5퍼센트, 파가 18.3퍼센트 뛰었습니다.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까지 얹어지면 소비자가 실제로 한 끼에 지불하는 금액은 통계상의 외식 물가 상승률과 상당히 다르게 움직입니다. 이 간극이 바로 소비자를 뷔페와 저가 프랜차이즈로 몰아가는 힘입니다.
1원 단위까지 계산하는 초미세가격의 시대
업계도 이걸 모를 리 없습니다. 삼성웰스토리가 제시한 2026년 케이외식 9대 트렌드에는 초미세가격이라는 키워드가 들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1원 단위까지 치밀하게 설계하는 가격 전략을 뜻합니다.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 소비자의 마음에 파고들려면 9,900원과 1만원의 차이, 1만 9,900원과 2만원의 차이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앞서 본 애슐리퀸즈의 1만 9,900원, 빕스의 3만 9,700원 같은 가격표가 우연이 아닙니다. 같은 목록에는 경력상품이라는 키워드도 있습니다. 과거에 잘 팔렸던 실적과 이미 쌓인 소비자 인지도를 활용해서 개발 비용과 실패 위험을 줄이는 상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기보다, 예전에 인기 있었던 메뉴를 다시 꺼내거나 살짝 바꿔 내놓는 전략입니다.
집밥경제라는 키워드도 눈에 띕니다. 식사에서 경제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발달하는 흐름을 가리킵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소비 심리의 뚜렷한 전환이 있습니다. 2022년과 2024년을 비교한 빅데이터를 보면 무지출이라는 표현의 언급량이 85퍼센트 늘어난 반면, 플렉스나 욜로 같은 표현은 25퍼센트 줄었습니다.
화끈하게 쓰는 게 멋있던 시대에서 안 쓰는 게 똑똑한 시대로 넘어간 겁니다. 외식업체 입장에서는 가격표를 어떻게 짜느냐가 메뉴를 어떻게 만드느냐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최저임금 1만 700원, 그리고 조용히 늘어나는 기계들
비용 쪽에서도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 70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올해보다 380원, 비율로는 3.7퍼센트 오른 금액이고 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23만 6,300원입니다. 8월 초 노사 양측의 이의 제기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고시가 마무리됐고,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소상공인 측은 행정소송까지 언급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380원이 별거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제 부담은 그보다 훨씬 큽니다. 시급이 오르면 주휴수당이 함께 오르고, 연장과 야간, 휴일근로수당도 따라 오르고, 4대 보험료 부담까지 연쇄적으로 늘어납니다. 외식업은 영업시간이 길고 저녁과 주말 근무가 많은 대표적인 노동집약 업종이라 이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그래서 업계가 선택하는 답은 부분 자동화입니다. 무인 주문기, 그러니까 키오스크와 테이블오더 도입률은 2021년 4.5퍼센트에서 2025년 13.0퍼센트로 세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자동화 기술 도입을 검토하는 업체 비율은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42.9퍼센트, 커피숍과 도소매가 40.0퍼센트에 이르고, 영세 사업자 중에서도 32.9퍼센트가 무인화와 자동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유통 쪽에서는 이미 실물이 굴러가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2025년 4월 말 기준 전국 58개 점포에서 AI 셀프계산대 923대를 운영 중이고, 롯데마트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리 로봇과 스마트 터치 디스플레이, 시간대별로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같은 푸드테크 솔루션도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미식이 특별한 날의 일이 아니게 된 순간
그렇다고 소비자가 무조건 싼 것만 찾는 건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1,90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2026년 외식 트렌드 다섯 가지를 보면 흐름이 더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자기만족 건강식, 미식 일상화, 한그릇 오리지널리티, 수산물의 재발견, 경험하는 케이푸드입니다.
이 중 미식 일상화라는 개념이 특히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미식이라고 하면 권위 있는 평가자가 인정한 고급 음식을 뜻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내 입맛을 만족시키는 음식이 곧 미식이라는 쪽으로 정의가 바뀌었습니다. SNS에서 쓰이는 표현도 3년 전에는 먹다와 알다 같은 단어가 많았는데 지금은 즐기다와 잊지 못하다 같은 단어로 옮겨갔습니다. 중저가 뷔페의 매출이 30퍼센트 늘고 20대의 선호도가 오르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싸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고른 조합으로 한 끼를 완성하는 경험이 만족스러워서 가는 겁니다.
한그릇 혼밥 흐름도 숫자가 뚜렷합니다. 1인 가구는 2025년 815만 6,000가구에서 2026년 836만 가구로 늘 것으로 전망되고, 혼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014년 56퍼센트에서 2025년 83퍼센트로 올라갔습니다. 배민의 한 그릇 서비스는 지난해 5월 40만 건에서 10월 463만 건으로 약 12배 늘며 누적 2,250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고기 요리 1인분에 밥을 붙인 한식 구성이나 짜장면에 미니 탕수육을 붙인 중식 구성처럼, 혼자서도 제대로 된 한 상을 받을 수 있게 설계한 메뉴가 이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미쉐린 스타와 2만원 뷔페가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
2026년 한국 외식업의 풍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3월 12일 시그니엘 부산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앤 부산 2026 셀렉션이 발표됐습니다. 한국 발간 10주년을 맞은 이번 판에는 서울 178곳, 부산 55곳을 합쳐 총 233곳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서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42곳으로 3스타 1곳, 2스타 10곳, 1스타 31곳입니다. 부산에서는 르도헤가 새로 1스타로 승급하며 총 4곳이 됐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완성도를 갖춘 식당에 주는 빕 구르망에는 8곳이 새로 들어와 전국 71곳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도시에서 어떤 사람은 1인당 수십만원짜리 코스 요리를 예약하고, 어떤 사람은 1만 9,900원짜리 뷔페에서 접시를 채웁니다. 이 두 장면은 모순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외식 시장의 핵심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소비자는 매 끼니를 평균적으로 쓰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최대한 아끼다가 특정한 날, 특정한 경험에는 아낌없이 씁니다. 그래서 애매한 가격대의 애매한 식당이 가장 먼저 어려워집니다.
아주 싸거나 확실히 특별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살아남는 구조입니다. 앞으로 1년을 내다보면 세 가지가 예상됩니다.
첫째, 뷔페 출점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겁니다. 애슐리퀸즈가 150개를 향해 가고 쿠우쿠우가 9개를 더 열고 아워홈이 2호점을 준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최저임금이 실제 적용되는 2027년 1월을 앞두고 하반기 내내 자동화 설비 도입이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가격대가 층층이 더 촘촘하게 갈릴 겁니다.
다만 이런 전망은 어디까지나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한 추정이고, 하반기 실제 출점 계획과 폐업 통계 등 구체적인 수치는 정확한 최신 수치는 확인 필요합니다.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우리가 오늘 어디서 밥을 먹을지 고민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외식업의 지도는 계속 다시 그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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