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영국 음식은 맛 없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말을 하면 영국인들은 "우리도 미슐렝 별 받은 좋은 레스토랑이 있다고!"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대략 이런 근사하고, 맛있는...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접시는 크지만 양 적은 요리'가 나오는 그런 곳이라고.
엉클륨(L'Enclume) 공식 홈피 사진. https://www.lenclume.co.uk/restaurant
엉클륨 같은 곳은 바라만 봐도 좋은 예술 작품 같은 요리다. 하지만 문제는 미슐렝 스타를 받은 영국 식당 대부분은 영국 음식이 아니다. 프렌치 레스토랑. 엉클륨 역시 유명한 프랑스 쉐프인 알렝 뒤카스의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영국 음식은 맛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우리나라에 영국 전통 음식을 파는 꽤 괜찮은 영국식 레스토랑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 한번 속는 셈 치고 가봐야지.
British Kitchen이라는 부제를 단 영국식 레스토랑은 차만다(Charmandre)다.
서울숲 부근에 위치한 것으로, 원래는 잠실이 첫 번째 레스토랑인 듯하다. 이후 서울숲, 도곡동, 연남동에 분점을 냈다.
서울숲 차만다는 분위기가 아늑하고, 얌전하다. 실내에는 7개 정도의 식탁이 있고, 분위기도 우아하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서울숲이 내다보이는 창문. 빛도 들어오니 마치 깔끔한 남의 집에 놀러온 듯한 기분이다.
영국 음식으로 알고 있는 건 피시 앤 칩스. 그냥 생선 튀김에 감자 튀김.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고 하던데. 그냥 튀김과 튀김이 대표 음식이라니. 어쨌든 대표음식이라니 한번 시켜본다.
기름기 흐르는 생선 튀김에 바삭한 감자. 생각보다 괜찮은 맛있다. 플레이팅도 괜찮아 잘 먹었다.
런던에서 먹은 피시 앤 칩스보다 오히려 맛있는 듯하다. 만족.
피클과 샐러드가 곁들여져 나와서 느끼하다 싶을 때 하나씩 입가심으로 먹으면 좋다.
이 레스토랑의 주요 메뉴 중 하나라는 셰퍼드 파이. 직역하면 목동 파이? 목동이 즐겨먹던 파이라는 뜻인듯한데. 우리나라식 감자전이랑 비슷한데, 감자를 으깬 것이 아니라 얇게 채져서 구운 거다. 그 위에 치즈와 진한 생크림을 얹은.
이 비슷한 음식은 영국 외 프랑스와 독일쪽에서도 먹었던 것 같다. 여하튼 감자는 어떻게 먹어도 진리다.
식감도 바삭하고, 소스는 부드럽고. 생각보다 매우 괜찮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종이 메뉴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의 손때가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의 없어 보이는 메뉴 종이를 코팅한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는 성의 있게 만든 메뉴를 좋아하지만, 차만다 레스토랑은 전통적인 분위기가 있어서인지 이런 메뉴판도 제법 어울린다.
가격대는 꽤 괜찮다. 셰퍼드 파이 19,500원, 피시 앤 칩스 25,000원.
최근 뜨는 지역에서 맛보는 이색(!) 영국 요리이니만큼 괜찮은 가격대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계절을 좀 탈듯하다. 여기는 지난 겨울에 찾아간 곳인데, 기름진 음식이 많아 더운 날보다는 추운 날이 어울리는 듯. 이것도 개취이니 여름에 기름진 음식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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